황평주 청주 황내과의원 원장

개원 15년차가된 내과의사이다보니 산전수전 다 격어보았다할 것이다. 고혈압, 당뇨병, 위염 위궤양, 간염, 장염, 갑상선 질환, 신장 질환 등 내과의사가 전문적으로 보는 병보다도 그동안 내가 제일 많이 본 병은 아마도 감기일 듯하다.


감기는 질병코드명으로는 급성 상기도 감염으로 표기하지만 구체적으로 보자면 바이러스성 급성 비인후두염이다. 바이러스에 의해 코 목에 염증이 생기는 병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두통, 발열, 근육통, 소화불량 등의 전신증상이 동반된다.


바이러스성 질환은 몸의 면역력이 병의 발생과 경중에 중요하다. 면역력이 약한 소아나 노인이 감기에 잘 걸리고, 감기환자 대부분 과로, 과음, 수면부족 등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병에 걸린다. 따라서, 감기에 안걸리려면 평소에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식사, 적당한 운동을 통해서 면역력을 유지하면 된다. 또 감기에 걸렸을 때 휴식과 숙면을 통해서 면역력을 올려주면 감기가 빨리 낫는다. 불면과 과로 상태에서는 아무리 감기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도 감기가 잘 낫지 않는다. 


필자도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약을 먹기 보다는 집에 일찍 들어가서 푹 잔다. 그러면 다음날 낫기도 하고 증상이 많이 호전된다.


감기는 계절이 따로없어서 수는 적지만 한여름에도 환자가 있다. 물론 찬기운이 도는 계절에 환자가 많다. 추운 계절에 바이러스의 증식이 활발해져서 아무래도 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회가 많아지게 된다.


개업 초기에는 감기약 처방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었다. 병원에 내원한 환자들은 한번에 나을수 있도록 주사제와 강한 약을 원한다. 감기 처방약이 5-6개로 한주먹씩 처방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감기로 처방하는 약이 보통 3개 정도다. 감기약은 감기를 낫게 하기보다는 증상을 가라앉히는 작용을 하는데, 오히려 감기약 부작용으로 몸이 더 나빠지는 경우도 많다.


한번은 감기 환자에 진통제 주사를 놓았는데 부작용으로 구토와 쇼크가 생겨서 수액을 맞힌후 응급실을 통해 입원시킨 적이 있었다. 그후 수개월간 그 주사제는 쓰지 않았다.


어떤 환자는 다른 의원에서 수주간 치료를 해도 감기가 낫지 않아서 지인의 소개로 왔으니 빨리 낫게 해달라며 내게 부담을 준다. 하지만 환자에게 면역력의 중요성을 설명해 주면서 병에 대해 이해를 시켜주면 대부분 수긍하고 내 처방에 대해 만족해한다.


감기는 약을 먹으면 7일가고, 약을 않먹으면 1주일간다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약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대부분 그냥 저절로 낫는 병에 불과한데도 주사와 약에 너무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다. 감기에 걸리기 전에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