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로 그 나라 역사·문화 알리는 활동가 구본경씨
세계 210개국 4000여점 모아…청주청원경찰서 전시

20여년 동안 210개국 4000여점의 화폐를 모은 구본경(왼쪽)씨와 그의 동료 이상무씨. 이씨는 구씨를 도와 전시장에서 전시 설명을 돕고 있다.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청주청원경찰서에 진귀한 세계 화폐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오는 3일까지 ‘화폐로 떠나는 세계여행’을 주제로 열리는 세계 화폐 전시회가 바로 그것. 이번에 전시되는 화폐들은 폴리텍대학 청주캠퍼스 교학처에 근무하는 구본경(53·사진)씨가 20여년 동안 수집해온 것들이다.

그는 지역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화폐 수집 애호가로 통한다. 그를 ‘화폐수집가’로 부르지 않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테크를 목적으로 화폐를 모으는 것과 달리 구씨는 조금 특별한 이유로 화폐 수집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화폐 수집은 나눔 활동의 일환이다.

군 생활을 마친 후 NGO 활동을 시작한 구씨는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 교육봉사를 하며 어려운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이후 구씨는 그들을 돕기 위한 방법으로 화폐 수집을 선택했다. 전시 수익금을 국제구호단체에 기부하거나 후원을 문의하는 사람들에게 구호단체를 연계해 주는 것이다. 또 화폐를 소개하며 한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빈곤국가에 대한 편견 깨기를 시도한다.

“NGO 활동을 할 때 가난한 국가라는 이유로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까지 깔보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경제 수준은 낮아도 오랜 역사와 찬란한 문화유산을 갖고 있는 나라인데도 말입니다. 이러한 편견을 깨기 위해 화폐에 숨겨져 있는 역사·문화를 이야기 해주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공감한 선교사, NGO 활동가 들이 선물로 화폐를 보내기도 해 NGO 활동을 하면서 한두 장 모으기 시작한 화폐는 어느새 세계 210여개국의 화폐 4000여점이 됐다.

구씨는 동남아 국가에서 한국으로 온 이주 여성들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도 자주 받는다.

“화폐를 소개하면서 그 나라에도 멋진 역사와 문화가 있다는 것을 꼭 이야기 합니다. 편견에서 벗어난 말 한마디에 이주민들은 한국 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어가는 것 같습니다.”

구씨는 화폐의 가치를 따지지 않는다. 큰돈을 들여 희귀 화폐를 사지도 않는다. 그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가난한 나라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앞으로는 차별 받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는 자긍심을, 한국 아이들에게는 세상을 보는 다양한 관점을 심어줄 수 있도록 학교나 도서관 등 교육기관에서 전시회를 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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