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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시-틀<이윤경>이윤경

틀 속에서 벗어난다 해도

그것도 틀이다

 

길을 잃고 허우적거릴 때

길가에서 선 나무들의 수천 개 눈빛이 틀이고

아득한 벼랑 위에서 끝이라고 할 때

바위틈 작게 핀 나리꽃 맑은 웃음이

큰 허공을 받치는 틀이고

미치도록 사랑한 열정도 시간의 틀에서

꽃 피우고 지우는 일이다

몇 백 년 묵은 오동나무가 장롱으로 윤회하여도

누군가의 방 속에서

또 다른 틀이 되어 천천히 묵어가듯

어디든 틀이고 틀 속이다

틀은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틀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또 다른 틀이 되는 것이다

오늘은, 나의 중심 언저리

꽃 한 송이 힘겹게 피려 한다

동양일보  dynews@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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