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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부탁과 청탁 사이
<프리즘>부탁과 청탁 사이
  • 이상종
  • 승인 2017.12.0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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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산남동주민센터 주민복지팀장 이상종

(동양일보) 부탁, 청탁은 같은 말인 듯 하나 상황과 위치에 따라 달리 들린다. 부탁과 청탁이라는 것은 그냥 단순한 관계의 거래일 수 있다. 드라마 대사에 ‘리더는 왕관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자’라고 하는 정도는 아니어도 때론 왜곡되기도 하고 부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은 혼자서는 불충분한 상태이기 때문에 ‘부탁’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삶의 방식일 수도 있다. 
부탁이든 청탁이든 요청이 같은 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말하고 듣는 위치와 권력에 따라 복잡해질 수 있다. 그러나 사심과 진심을 보면 그 의미는 단순하기도 하다. 쿨 하게 주고받고 묘하게 포장했더라도 이익이 어디로 향하냐가 관건이다.
요구를 받는 위치에서는 수용, 채택, 반영, 무시, 묵살 등의 답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부탁, 청탁만큼이나 응답 또한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희망과 마음의 표현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공식적이고 개방되지 않는 제안일수록 결정이 쉽지 않다. 다른 어떤 것으로 충족시킬 대안도 많지 않고 모두 다 한 가지만 원한다면 참 어려운 문제가 된다.
부탁이라고 말하지만 청탁이 되기도 한다. 제안이라고 하지만 강압으로 느끼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또 수용했다고 하지만 무시되었다고 생각되는 경우도 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감정뿐만 아니라 이성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아리송한 현상들을 과학이 수 없이 벗겨 냈지만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사회 법칙들도 많다.
이미 널리 알려지고 그만큼 상식적인 상황들이 더 많아졌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도 출몰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들을 체념적으로 대다수가 수용하는 사회라면 결국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불신의 시대는 피곤하다. 비용이 많이 지출된다. 못 믿는 사람이 많을수록 불안감은 커진다. 완전히 안전하기 위해 층층이 위아래 옆 방어막과 감시망을 높고 깊게 세워야 한다. 그래서 모두가 결국은 피곤해진다.   
갈수록 사람과 직접 만나서 말하고 듣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몇 번의 기계음을 따라가야만 일처리가 된다. 또 화면만 잘 따라가면 해결이 되는 세상이다. 그래서 더 먹먹한 세상이다. 만나 이야기하고 마음을 전하는 것이 가장 인간적이다. 따뜻한 음성이 마음을 가장 안전하게 한다.
아프거나 고민이 있으면 소문을 내라고 한다. 이런저런 푸념이나 하소연을 하다 보면 길을 찾게 되기도 한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치유의 길이다. 변명하지 않는 부탁에 무시하지 않고 책임 있는 답을 한다면 부탁은 나쁜 뜻의 청탁이 되지 않게 한다. 사람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도 아름다워진다.
공공의 장소에서 불쾌감을 주는 행태를 보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내 것을 내 맘대로 하는데’라는 안하무인의 행태들이다. 교만이다. 사람들은 각자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사회를 조직했다. 겸손함이다. 부탁과 수용 사이에 겸손이 항상 있다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말과 글을 사용하는 것이다. 또 수 없이 많은 기발한 기호와 신호를 만들어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부탁과 청탁을 정확하게 구별하여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2017년도 보내야 할 시간이다. 한 해의 끝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정리해야 할 시간이다. 교만에 대한 너무 너그러운 생각의 폭은 줄이고 사람에 대한 겸손한 배려를 넓히면 부탁과 청탁은 정리해야 할 것이다.
정리의 시작은 버리는 연습부터 시작된다. 버리기에 아깝기고 아쉽다고도 생각할 수도 있다. 불충분한 세상이라도 모두가 신뢰하고 안전함을 느끼는 사회는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다 만족한다.
불충분한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불만이 없고 모두가 만족하는 사회가 바로 복지사회(socialwelfar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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