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동양일보가 연중 펼치고 있는 ‘동양포럼’으로 독자들과 만나온 오구라 기조(小倉紀藏) 쿄토대 교수의 독창적인 ‘한국론’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바로 현대 한국사회를 성리학의 핵심개념인 ‘리(理)’와 ‘기(氣)’로 해부해 살펴보는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라는 책이다. 책은 1장 ‘한국, 도덕 지향적인 나라’ 2장 ‘상승을 향한 열망’ 3장 ‘리와 기의 생활공간’ 4장 ‘리와 기의 문화체계’ 5장 ‘리와 기의 사회구조’ 6장 ‘리기의 경제·정치·역사’ 7장 ‘리기와 세계·일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오구라 교수는 이 책에서 조선시대의 유학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그는 절반은 한국에서, 다른 절반은 한국 밖에서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한 채 한국을 조망하고 있다. 외국인이 이해하기 힘든 한국인과 한국 사회의 독특한 모습들을 저자가 고안한 ‘리기시스템’이라는 내재적인 방법론으로 날카롭게 파헤친다.

‘리’가 도덕과 이념을 의미한다면 ‘기’는 욕망과 현실을 나타낸다. 성리학에서는 현실이 이념에 따르고 욕망이 도덕의 인도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리와 기 중에서 어느 한쪽만을 강조해 한국 사회를 분석하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오구라 교수의 설명이다. 저자에 의하면 한국인에게는 도덕과 이념을 중시하는 ‘리’적인 측면과, 변화와 현실을 ‘기’적인 측면이 모두 들어 있고, 이 양면성이야말로 한국 사회를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근본적인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현대 한국 사회를 분석하는 틀로서 리와 기라는 내재적인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방법론과는 선을 긋고 있다. 종래에 한국을 분석하는 이른바 ‘과학적인’ 방법들은 대개 서양의 사회과학 이론이나 철학적 담론과 같은 외부의 시각에 의존해 왔다.

오구라 교수는 한국문화가 지니는 독특성의 원인이 한국인의 ‘리’ 지향성에서 찾는다. 여기에서 ‘리’는 ‘도덕’의 다른 말로 한국인들의 가장 큰 특징은 ‘도덕 지향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인들의 도덕지향성을 한국인의 생활과 문화 그리고 사고방식 속에서 하나하나 증명해 나감으로써 일본인들에게 한국을 이해시키고 있다.

오구라 교수는 1959년에 동경에서 태어나서 1983년에 동경대 독일문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교토대학 인간·환경학연구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일을 오가며 서로의 사상과 문화를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 ‘한국, 사랑과 사상의 여행’, ‘주자학화하는 일본 근대’, ‘창조하는 동아시아’, ‘조선사상전사’ 등이 있다.

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 272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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