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복 전 제천시 청전동장

(동양일보) 1979년 철없던 20세 약관의 나이에 공직에 첫발을 내딛은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3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당시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공직의 길로  들어섰지만 지금 후회하지는 않는다.
공직생활을 시작하는 첫 발령지인 수산면을 가기 위해서는 제천시내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단양으로 가서 다시 충주행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중간지점인 수산에서 내려야 했다.
수산에서의 공직생활은 하숙집을 정하면서 시작하였으며, 당시 모든 문서는 펜에 잉크를 묻혀 기안지에 직접 작성하여 결재를 받았고 복사기가 없어서 먹지를 깔아 민원서류를 수기로 작성 발급하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담당마을 출장 시에도 도보로 비포장 길을 10km 이상 걸어서 갔다 오면 하루해가 다 지나갔다. 한창 새마을 운동 붐이 일던 시절이라 공무원들 대부분이 새마을 모자를 쓰고 다녔으며  신규직원인 나는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주말에 제천 집에 올 때도 새마을 모자를 쓰고 왔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제천읍사무소 총무과로 자리를 옮긴 후 얼마 되지 않아 군에 입대하여 3년간 군복무를 마치고 복직해 80년대 민주화를 거쳐 90년대 지방자치와 무한경쟁 시대 속에서 공직생활을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쉬웠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철없던 초임시절 공무원을 시작하면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사도애락(事道愛樂)의 마음으로 일을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일을  해 왔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특히 기억나는 것은 1995년 제천시와 제원군이 통합 될 때 기획부서에서 근무하면서 밤을 새워 야근을 했던 일이 잊혀지지 않으며 계장으로 승진후  신문형 반회보를 책자형인 푸른제천 소식지로 탈바꿈해 발행하고 푸른음악회를 처음 개최하는 등 족적을 남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고 2011년 청정지역인 제천에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살처분 매몰반장으로 현장에 투입되어 살아있는 돼지를 생매장할 때의 경험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또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KBS 1박2일을 무료로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였던 일, 대한민국 평생학습박람회를 제천에 유치한 일 등 그리고 이후 시청 여러 부서장을 거치면서 추진했던 많은 일들이 지금 생각해 보니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은 주민과의 접촉이 많은 최일선 행정책임자인 동장(洞長)으로 지역주민을 섬기면서 38년이라는 오랜 공직생활을 대과 없이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선·후배 공무원과 함께 근무한 동료직원 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특히 고마운 것은 집안일은 뒷전으로 미루고 공직생활에 전념할 수 있도록  딸 셋, 아들 하나인 4자녀를 잘 키워주고 내조를 해준 아내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공직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첫 발령지와 끝마무리를 한 곳이라고 한다. 나의 끝마무리를 하고 있는 청전동은 직능단체의 협조가 잘되어 일하기 좋은 근무 환경 속에서 공직을 마무리 할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개인적으로도 청전(靑田)이라는 이미지처럼 늘 푸른 인생의 밭을 갈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이제 공직생활을 마무리 하면서 그동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그동안  베풀어 주신 모든 분들의 은혜와 고마움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앞으로 남은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살아가고자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