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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포럼(64) 고령화 시대의 고령자를 생각한다(3)
동양포럼(64) 고령화 시대의 고령자를 생각한다(3)
  • 동양일보
  • 승인 2018.03.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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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30대가 보는 고령자 / 20대가 본 고령화 사회

신소향 서강대 중국문화·철학전공

“너도 할머니 나이가 돼 봐.” 유년 시절 외할머니가 즐겨하시던 말씀이다. 나는 11살 때 외할머니와 2년간 함께 살았는데 외할머니는 이상하게도 이 말을 하루에 한 번은 꼭 하셨다. 외할머니는 일흔이 넘어서부터 점점 쇠퇴해지는 기억력 때문에 실수를 많이 하셨고 그때마다 철없던 나는 “할머니는 어른인데 왜 그래요?”라고 물었다. 그러면 또 어김없이 “너도 할머니 나이가 돼 봐.”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했다. 아무리 외할머니가 ‘할머니 나이’를 강조하여도 그 시절 10대에게 70대란 그저 머리 색깔이 조금 다르고 실수를 더 많이 하는 사람에 불과했다. 하지만 20대가 된 지금, 나의 눈에 비치는 70대는 단지 겉모습의 다름이 아니라 안타까움과 고독함, 무력감, 책임감등 한꺼번에 밀려오는 복잡한 감정으로부터 오는 차이이다. 아마도 지금 고령화 사회에 몸담고 있는 많은 20대 청년들이 이와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고령화율은 약 13.7%, 유소년인구비가 약 13.1%이다. 또한 장래의 인구추이 예측에 의하면 고령화율이 상승하는 반면 유소년인구비는 감소하여 2055년에는 노년인구가 40%를 넘고, 유소년구비가 10%미만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자료들은 수업 중에서, 혹은 뉴스, 인터넷 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나는 일상생활에서 이런 심각함을 피부로 느끼기에는 어려웠다. 대학에 입학한 후 2년 넘게 매일 젊은이들로 붐비는 대학가인 신촌에서 살면서 나의 활동범위 안에는 늘 젊은이들이 더 많이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근처 카페나 식당을 가도 늘 젊은이들이 앉아 있었고 버스를 타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자리를 내워주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별다른 의식 없이 평범한 젊은이의 일상을 만끽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에 ‘황혼길 서러워라’(제정임 엮음)라는 책을 읽은 후 대한민국 노인들의 삶을 어느 정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가난하고 아픈 농촌 노인들과, 치매에 걸린 노인들,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있는 노인들, 육아를 대신하느라 자유를 빼앗긴 노인들, 혼자 고독하게 살고 있는 노인들, 그리고 마땅한 여가활동을 하지 못하는 노인들을 취재하여 고령화 사회의 슬픈 현실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특히 독거노인들의 고독사(孤獨死)는 매우 충격적이였다. 독거노인들은 언제 갑자기 혼자 자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고독감에 매일 시달렸고 상당한 경우에는 죽은 후에도 시신을 거둘 사람이 없어 무연고 사망자가 된다고 한다.

언젠가 나는 한권의 철학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죽음이 다가온 순간 어떤 표정을 지을지 고민하고 정해놓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1인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따라 가다 보면 2055년 노년인구가 40%가 되었을 무렵 나또한 흔한 독거노인 중 한명으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겠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처럼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은 70세의 고독뿐만이 아니라 20대인 나의 불안이기도 하다.

나는 평소에 영화 관람을 좋아하는데 ‘고령’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두 편이 있다. 2015년에 개봉했던 미국영화 ‘인턴’과 올해 초 개봉한 한국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이다. 이 영화들은 모두 따뜻하고 감동적인 스토리를 담아내고 있다. 작품에서 주인공인 두 노인의 삶은 완전히 달랐지만 그들 간의 연륜으로부터 오는 하나의 공통점이 존재했다. 영화 ‘인턴’의 주인공인 70세 벤 휘테커(로버트 드 니로)는 아내와 사별한 후 퇴직하여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던 중 우연히 한 쇼핑몰에서 인턴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된다. 벤은 인턴으로 지원하여 입사한 후 비록 인턴이지만 CEO인 줄스를 묵묵히 도와주고 회사동료들의 고민상담사가 되어 회사 분위기를 한껏 밝혀준다. 이 작품은 벤을 통해 현대 직장에서 필요한 책임감 있는 어른의 이상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또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는 서번트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들을 돌보는 주인공의 엄마(윤여정)가 등장한다. 극중에서 엄마는 투병 끝에 결국 세상을 떠나지만 자신의 죽음보다도 끝까지 아들의 삶을 걱정하는 강한 모성애를 가진 이상적인 한국 엄마를 연기했다. 이처럼 이 두 편의 영화는 익숙한 스토리 전개이지만 고령의 노인들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강한 책임감을 가진 어른다운 모습을 나타내어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감동을 자아냈다.

두 달 전 ‘청년포럼’에서 나이와 어른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했었는데, 누군가가 어른이란 책임감이 있는 모습이라고 했던 발언이 인상 깊었다. 나또한 점점 나이가 들면서 사회적 틀에 의해 요구되는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스스로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고령화 사회에서 어른 중에 가장 어른인 ‘어르신’들은 과연 얼마만큼의 책임감이 필요할까? 한국의 많은 어르신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이름으로 바쁜 자녀들을 대신해 손자, 손녀를 돌보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자신의 밥벌이를 하기 위해 아침 일찍 폐지를 주우러 다니고, 추운 겨울날 하루도 빠짐없이 경비를 서고, 택배배달에 나선다. 아침 등굣길마다 무심코 지나쳤던 항상 깨끗한 오피스텔 밑 분리수거장에는 수많은 어르신들의 책임감과 노고가 담겨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니 그저 한국 사회의 20대로서 짊어져야 할 책임감과 답답함만 생각해왔던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고령화 사회에서 어른으로서 책임이라 하면 그중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단연코 바로 노후준비이다. 이제껏 주로 50대를 형성하고 있는 나의 부모님세대들이 사용하는 언어인줄 알았는데 인기 검색창에 ‘노후준비’를 타이핑하니 30대 노후준비, 40대 노후준비, 50대 노후준비가 연관검색어에 줄줄이 올라와 있었다. 대부분이 연금 또는 재테크 등 경제적인 부분이었는데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30대 노후준비에 “나의 노후도 부모님의 노후도 책임져야 한다.”는 글귀였다. 이토록 준비와 책임만을 강조하는 고령화 사회 분위기속에 몸담고 있으려면 나의 외할머니 말대로 “할머니의 나이가 되기”까지 20대인 지금부터 출발하여 남은 인생 돈만 모아야 하는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드는 의문점은 그렇다면 고령화 사회에서 행복하려면 부자 노인이 되어야만 하는가? 달리 말해서 비극적인 노인의 삶은 단지 금전적 문제만일까?

앞서 언급한 책 ‘황혼길 서러워라’에서도 죽음보다 더 무서운 고독감에 시달리는 어르신들과 스스로 사회로부터 소외받아 여가생활은 물론 외출조차 자유롭지 못한 어르신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비록 고령화 사회에 살고 있지만 너무나 빨리 재촉하며 돌아가는 젊은이들 속에서 박자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까닭에 스스로 괴로워하고 자기만의 틀에 움츠리고 있다. 그리고는 우리나라 삼대 거짓말 중의 하나인 첫 째, 나이든 어르신들이 하는 ‘내가 죽어야지, 늙으면 죽어야지’를 많이 하신다. 실제로 나의 외할머니도 가끔은 주문을 외우듯이 할 때도 있었다. 이처럼 사람이라면 누구나 맞이하게 될 ‘죽음’이지만 잠시 외면하고 있는 듯 해 보이는 20대와 달리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들은 ‘죽음’이라는 단어를 많이 언급하지만 삼대 거짓말 중의 하나답게 사실은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 이는 죽음이 무서운 것보다 죽음이 두렵다는 그 믿음이 우리를 두렵게 한다는 말과 같게 어르신들에게 작용할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요즈음 부상하고 있는 것이 죽음에 관한 상담으로 ‘스피리츄얼 케어(spiritual care)’라는 분야라고 한다. 위키 ‘스피리츄얼 케어’번역을 보면 ‘삶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인생관으로의 전환을 장려하고, 인생의 모든 것에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인도함으로써 인간의 스피리츄얼한 요소(마음 또는 혼魂)의 건전성을 지키는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즉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나는 왜 죽어야만 하는가’,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법한 물음에 정면에서 부딪혀 대면하고, 탐구하여 건전한 해결을 향해 끊임없이 다가가 시도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시도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노후준비라고 생각한다. 또한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과정에서 70대와 20대의 구별이 아닌 고령화 사회에 살고 있는 모든 세대가 머리를 맞대어야 할 것이다.

70대의 반대편에 서 있는 20대가 그분들의 모든 고뇌를 이해하고 공감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어리고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나의 이러한 부족한 글솜씨가 ‘고령화’는 그분들만의 것, 또는 20세대가 짊어지어야 할 무게라는 편견을 버리고 20대인 청년들이 그분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어 우리의 것으로 받아들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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