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CE 청주부모리더십 센터장 김미영

창의성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라는 전통적 개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 창출, 문제해결능력 등 어느 분야 어디서나 거론 되고 있고, 재해석 된다. 그것은 그만큼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일상화 되고, ‘새로운 기술개발과 융합’의 필요성이 절실해지면서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에 대한 가치는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러면 이렇게 중요한 창의성은 누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부모나 선생님이 가르쳐 줄 수 있을까? 대답은 아마 NO일 것이다. 왜냐하면 부모나 선생님이 자녀들보다 더 창의적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화를 통해 기다리고, 인정하고, 적절한 대응으로 격려함으로 그것을 키워줄 수 있다.

먼저 내 아이가 비정상적이라 여겨지는 말을 했을 때,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 점검해 보자. 만약 유치원 공개수업에서 선생님이 “소화전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요?” 라고 질문을 했는데 내 아이가 “택배 넣는 곳이요”하고 대답한다면, 부끄러움을 먼저 느낄까?, 자랑스러움을 먼저 느낄까? ‘독창적인 사고’는 비정상적이고 엉뚱하게 받아들여지기 쉽기 때문에 많은 경우 부모를 걱정하게 한다. 따라서 부모가 다름을 인정하고, 긍정적인 관점으로 독특함을 발견하려 노력하며, 그 가치를 소중히 여겨서 지지와 격려로 북돋아 주려는 자세가 우선되어야 한다.

세 아이가 어렸을 때, 큰 딸이 쌍둥이 동생에게 수학을 가르치며 있었던 일이다. 한 아이는 덧셈 뺄셈을 잘해서 언니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았는데, 다른 아이는 대답을 못해 늘 언니를 답답하게 했고, 언니는 손가락을 펴서 예를 들기 시작했다.

“자, 언니 손가락 잘 봐. 만두가 9개 있는데 언니가 5개를 먹었다고. 그러면 어떻게 되냐니까?” “…….” 결국 답답함을 못 이겨 엄마를 부르는 큰 아이 소리에 다가갔고, 천천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보도록 한 뒤, 기다리자고 했다. 한참 후, 어렵게 그 아이가 입을 열었다.

“뚱돼지 되지~!!!” “식구도 많은데 혼자서 5개먹으면 돼지 되잖아!”

질문 후 ‘기다림’은 자녀가 자신의 생각을 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으로,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다. 또 독특한 사고는 언제 어떻게 예고 없이 표현될지 모르기 때문에 자녀의 말에 집중하고, 기다리며,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다음에 “아! 정말 재미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거야”, “참 멋지네!” 등의 적절한 대응으로 생각의 가치를 느끼게 하고 격려해 준다. 그러면 자녀는 새롭게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이 점점 더 즐거워질 것이고, 부모도 자녀와의 대화가 흥미롭고, 기대되며,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접속사를 사용하여 자녀의 창의적인 사고를 확장시키고 키워줄 수 있다.

자녀들이 어떤 것을 말로 표현했을 때, 단답형으로 마무리 짓는 것을 피하고, 적절한 접속사를 사용하면 좀 더 넓게, 좀 더 깊게, 좀 더 체계적으로 사고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예를 들면 ‘그리고?’라는 접속사는 생각을 연결하여 사고영역을 확장시키고, ‘그러면?’이라는 접속사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추론하게 하고, ‘왜?’라는 질문은 대답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객관화하여 보게 하기 때문에 자기를 성찰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러니까 ○○이 생각은 이러이러해서 이러이러 하다는 거구나?!’라고 대화 과정을 총 정리하는 모습을 부모가 보여주고 익히게 한다면 자녀의 통찰력을 키울 수 있다.

이 밖에도 밥, 국, 반찬의 조화를 소재로 대화할 수 있는 식사시간이나 매 순간 도전과 모험으로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는 놀이시간의 대화도 융합적인 사고로 창의성을 키우는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 즉 자녀의 창의성을 키우는 핵심적인 열쇠는 부모의 손에 쥐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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