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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와 떠나는 쿠바여행 (38) / 오토바이 대결
김득진 작가와 떠나는 쿠바여행 (38) / 오토바이 대결
  • 김득진 작가
  • 승인 2018.03.22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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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총 매달린 별이 떨어져 머리 다칠까봐 쓰는 헬멧. 뒷자리 손님에게도 직접 씌워주고 턱 끈까지 매준다. 어떤 것보다 값싼 오토바이. 나홀로 여행자에겐 딱이다.
김득진 작가

 유기농 천국인 쿠바는 공기질마저 남다르다. 낡은 차만 없다면 바닷가 거닐며 숨 쉬는 거랑 별 차이 없다. 탈 것 중에서도 오토바이가 일으키는 공해는 예사롭지 않다.

작은 덩치로 트럭 개조한 버스 까미용보다 매연이나 소음을 더 많이 뿜어낸다. 동선 겹치지 않으려 이리저리 숨지만 사람 가는 곳마다 파고드는 놈을 피하기란 쉽지 않다.

골목 어슬렁거리는 순간 어디선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시커먼 오토바이가 옆에 달린 바구니에 사람을 태운 채 달려든다. 뭐길래 이토록 시끄럽나 살피니 소련에서 독일 BMW R75를 카피해 만들었다는 기종이다.

6. 25 때 북한군이 타고 남침했다는 오토바이, 수명은 반영구적이라 봐도 되겠지만 소음과 매연은 스킬 뛰어난 쿠바노 손을 빌려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비아술 버스로 중부지방에 도착했을 때다. 가까운 곳에 가려면 미터기 달린 코코 택시를 이용하는 게 싸게 치는데, 아바나엔 흔하던 그게 보이지 않는다. 택시 호객꾼 피하려고 다가선 곳에 오토바이를 댄 청년이 어딜 갈 거냐고 묻는다.

영업용이란 걸 알고 흥정하다 보니 아바나에서 탔던 코코 택시 요금보다 훨씬 싸다.

나 홀로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배낭을 메고 뒷자리에 앉으면 되고, 매연 심해도 내가 타고 있으니 그걸 들이마셔야 할 까닭 또한 없다. 시끄러운 소리조차 내가 여기 왔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려줘서 장점만 두루 갖춘 것 같아 뿌듯하다. 별빛 군무에 기죽는 까마구에이 옴니부스 나쇼날 떼르미날, 싼 맛에 타게 된 오토바이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호객꾼 몇 명이 달라붙지만 거머리 떼듯 뿌리치고 오토바이 살피느라 바쁘다.

저만치 터미널 향해 다가오는 오토바이 한 대가 보인다. 청년이 쓴 헬멧을 보고서 바삐 걸어가니 돈 받고 손님 태우는 건 안 한다며 손을 내젓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뒷자리에 엉덩이 걸친 뒤 까사 데려다 달라고 떼를 쓴다.

기가 차서 고개 돌린 그를 대신해 헬멧이 승차권인 듯 내게 건너오고, 빼곡하게 매달린 별이 신호에 맞춰 떨어져 내릴 순간만을 기다리는 들판을 달려간다. 진동과 함께 자동소총을 갈겨대는 소리가 밤하늘을 흔든 탓에 별이 떨어지기라도 할까봐 몸을 웅크린다. 까마구에이서 오토바이 탈 때마다 쓰는 헬멧은 떨어지는 별에 다치지 말라는 안전장치라고 여긴다.

동네 사람 죄다 깨울 듯 시끄러운 소리를 앞세우고 다다른 골목, 정차한 곳 양 옆에 붙은 까사 마크를 가로등이 비춘다. 청년이 어디가 좋을지 선택하라지만 도저히 판단이 서질 않는다. 그에게 좀 더 나은 곳으로 안내하라고 한 뒤 도로에 내려선다. 굳게 닫힌 철창을 열고 들어선 까사, 주인 여자 인상이 별로다. 가격을 흥정하고 룸에 들어서자마자 이러면 안 된다, 이건 이렇게 해라며 ‘미라, 미라, 벤, 벤’ 애들 길들일 때 하는 말을 손님에게 명령조로 내뱉고, 숙박계 적다 말고 내 손목을 당겨 들여다 본 시계를 탐내기도 한다. 주인 여자의 무례에다 욕심까지 눈치 챈 뒤부터 점점 불안해졌고, 외출하면서 도어 핸들에 출입금지라는 글씨를 써 붙여놓았지만 안심이 되질 않는다. 아침에 차려낸 데사유노, 테이블을 자세히 살피니 하나같이 오래된 식재료들이다. 일회용 오렌지 잼 뚜껑을 땄더니 곰팡이가 시커멓게 번져 있다. 첫 인상 별로일 경우 언제나 이런 결과가 빚어진다는 것도 여행 중 벌어지는 징크스 중 하나다.

도로에 나서니 매연 내뿜기 경쟁을 벌이며 오토바이가 정신없이 오간다. 손을 들어 흥정 끝내고 뒷자리에 앉을 때마다 헬멧을 써야한다고 가르친다. 어떤 사람은 직접 헬멧을 씌우고 나서 턱끈까지 졸라 매 주기도 한다. 하늘의 별은 늘 우릴 지켜보고 있다는 걸 가르치는 것 같다. 신호 대기 중에는 따가운 햇살도 조심해야한다며 그늘을 찾아드는 사람도 있다. 차 살 돈이 없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지만 누구나 신호를 지키고 헬멧을 쓴다. 오토바이가 인도로 뛰어드는 일은 법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하늘에서 별이 머리에 떨어졌을 때뿐일 것 같다.

최근 들어 엔진 없는 차가 발명되고, 배터리만으로 움직이는 오토바이도 생겨났다. 바다 건너 미국 특수부대 네이버 실이 침투할 때 쓸 스텔스 오토바이 ‘사이런트 호크’ 나 ‘나이트 메어’를 경계하는 사이 등 뒤에서 중국제 전기 오토바이가 하나 둘 수입된 것이다. 잘 가꿔진 유기농 환경오염 걱정 없는 전기 오토바이는 매연을 전혀 내뿜지 않는다. 소리 또한 없어서 위험하단 걸 채 느끼지도 못한다. 어디서 다가온 지도 모른 오토바이는 어느 순간 저만치 사라져 버린다. 엔진 없이 배터리 힘으로 움직이는 탓에 최악의 소음 생산기계로 소문난 소련제랑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일본제 경쟁 상대가 등장한 것이다. 소리 없이 강한 중국제 오토바이 땜에 낡아 빠진 소련제나 숫자에서 따라잡기 힘든 일본 오토바이가 쿠바서 사라지진 않을까. 머나먼 땅에서 벌어지는 강대국 간의 보이지 않는 싸움을 지켜봐야 하는 심정이 조마조마하다. 하지만 쿠바노는 짐작했던 것보다 똑똑하다.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가 일회용이란 걸, 쓰고 내다 버리는 게 환경을 오염시킬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이곳은 ‘아나바다’ 운동의 본거지.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받아쓰고 다시 쓰는 게 몸에 밴 쿠바노들이 소련제나 일제 오토바이를 내버려 두고 800% 관세가 붙는 데다 쓰고 나서 버릴 수밖에 없는 배터리를 단 중국제 전기 오토바이를 선뜻 수입할 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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