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딛고 세계제패 나선 '젊은 패기'세계 최초 올림픽·패럴림픽 금메달 꿈꾼다

윤용호 선수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결코 쉽지 않은 목표지만 기회만 주어진다면 2020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차례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습니다. 비록 눈은 나빠졌어도 흘린 땀방울의 무게에 따라 경기결과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 모든 걸 바쳐 도전해 보겠습니다.”

앳된 얼굴 뒤에 무서운 집념으로 엘리트선수대회와 시각장애인대회를 넘나들며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윤용호(22·사진·청주대 체육교육과 3년) 선수.

그는 지난해 10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개최된 IBSA(국제시각장애인스포츠협회) 세계유도월드컵대회에 첫 출전해 우승의 영예를 안은데 이어 지난 13일 열린 2018 순천만컵전국유도대회 겸 2차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엘리트 국가대표인 동시에 장애인 국가대표가 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아버지의 권유로 청주흥덕초 3학년 때부터 유도를 시작한 윤 선수는 유도명문 청석고를 거쳐 청주대에 진학했고 전국체전과 청풍기전국유도대회 등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지난해 8월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시력장애 판정을 받았다.

“어려서부터 시력이 좋지 않아 오래전부터 안경을 써왔고 처음엔 그저 눈이 좀 더 나빠진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일상생활에 크게 불편하진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경기 중 상대선수의 몸동작이 흐릿해 보였고 작전기술을 지도하는 코치의 손동작조차 알아보기 힘들게 되자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습니다. 검사결과 장애판정을 받곤 정말 그 정도인지 믿어지지가 않았죠.”

시각장애 등급은 B1(전맹(全盲), B2(5도의 시야와 60분의 2(0.03)의 시력), B3(5~20도의 시야와 60분의 2(0.03)~60분의 6(0.1)의 시력) 등 세 단계로 구분되고 있으며 윤 선수의 시력은 0.07로 B3등급이다.

윤 선수는 장애판정 후 혼자 속앓이를 하며 잠시 방황도 했지만 특유의 정신력으로 이겨내고 오히려 새로운 세계에 도전해 보자는 강한 의욕을 불태웠다. 일반 유도경기의 경우 치열한 잡기싸움이 있는 반면 시각장애인 경기에선 처음부터 상대의 도복을 잡은 상태에서 시작한다.

이 때문에 -60kg에서 -66kg으로 체급을 올려 상대보다 달리는 힘을 잡기싸움으로 커버하던 것을 더 이상 써먹을 수 없게 됐지만 악착같이 훈련에 집중해 근력을 키웠다.

장애인 세계랭킹 11위인 윤 선수는 오는 4월 터키에서 열리는 IBSA(국제시각장애인스포츠협회) 세계유도월드컵대회 2연패를 노리고 있으며, 10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2018 아시아파라게임(장애인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두고 있다.

평소 1981년 네덜란드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유도역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획득한 박종학 청주대 교수를 비롯해 한국 유도계의 큰 별인 전기영(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금메달)·조인철(2000년 시드니올림픽 은메달) 용인대 교수, 송대남(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 국가대표 코치 등 유도명문 청석고와 청주대 출신의 대선배들을 동경하고 있으며 이들의 뒤를 따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현재 경기이천 장애인훈련원(장애인국가대표선수촌)에서 아침러닝(오전 6시~7시30분)을 시작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오전 10시30분~12시), 유도훈련(오후 3시~5시), 기술훈련(오후 8시~9시) 등 하루 4차례의 강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모두가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꿈 때문에 좌절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우승을 목표로 남은 기간 동안 착실하게 경기력을 끌어올려 적어도 후회 없는 멋진 경기를 펼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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