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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포럼(67)-고령화 시대에 고령자를 생각한다 / 60대 남성이 느끼는 세대 간 장벽
동양포럼(67)-고령화 시대에 고령자를 생각한다 / 60대 남성이 느끼는 세대 간 장벽
  • 박장미
  • 승인 2018.04.22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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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주(수필가)
이흥주(수필가)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두 세대는 한 개의 축에 연결된 양쪽 바퀴와 같다. 같이 굴러가야 사회의 균형이 잡힌다.”

얼마 전 대전에 볼일이 있었다. 나는 옥천에서 지척인 대전을 갈 때, 목적지까지 지하철만 연결되는 곳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옥천에서 대전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가서 지하철 시발역인 판암역에서 지하철을 탄다.

그날도 동행 한분과 둔산동 시청역까지 가기위해 시내버스를 타고 판암역까지 갔다. 거긴 시발역이라 자리가 텅텅 빈다. 시청역에서 내려 볼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판암행 지하철을 탔다. 여긴 판암역과 달리 자리가 있을 리 없다. 겨우 자리하나가 있어서 우린 서로 자리에 앉길 권하다 동행하는 분을 자리에 앉혔다. 그러자 옆에 앉았던 아주 젊은 여성이 편치 않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데로 가는 것이었다. 난 기분이 별로 안 좋아 거기에 앉을 맘이 없었지만 동행자 옆에 그냥 앉았다.

나이 든 사람들 얘기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차 안에서 자리 양보할 줄을 모른다고 불평이다. 아닌 게 아니라 서울을 가거나 대전에서 지하철을 타보면 젊은 사람들은 전부 눈을 감고 앉아있거나 휴대폰에 얼굴을 묻고 있다. 그러니 노인네가 들어오는지 나가는지 보이질 않을 것이다. 설령 본다한들 선뜻 자리를 비키지 앉는다.

여기까지야 뭐 세태가 그러려니 하면 되지만, 노인네들이 하는 행동도 별로 보기 안 좋은 모습이 많다. 늙어서 아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젊은이들 앞에 가서 애원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자리양보를 바란다. 무릎관절이나 허리가 안 좋으니 흔들리는 차안에서 주저앉을 수도 없고, 그 사정이 이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참 보기가 그렇다. 젊은이도 돈 내고 탔고 더구나 노인네들은 무임승차다. 젊다고 그저 자리 양보할 의무는 없다.

내가 아는 분 중에 과거에 자치단체장까지 하신 분이 있는데, 얼마 전 그분이 한 말이 생각난다. 그분은 대전 이웃 동네에 사는데 서울을 자주 올라 다니면서 열차를 이용한다. “좌석이 없어 입석을 탈 때면 아주 난처합니다. 젊은이들 앞에서 흔들거리면서 서있기가 참으로 불편하기도 해요.” 앞의 젊은이들 맘이 불편할 것 같아서다. 그러니까 그분의 마음이 지레짐작으로 불편한 것일 게다. 그래서 아예 한쪽 끝으로 가서 젊은이가 아닌 나이든 사람 앞에 서서 편한 마음으로 간다고 했다. 또 빈 좌석이 있어도 선뜻 앉기가 그렇단다. 역에 설 때 젊은 자리임자가 올라와서 노인네가 앉아있으니, 일어나 달라고 하기에 마음 고생할 것 같아서 자리가 있어도 아예 앉을 생각을 안 한단다.

옛날 얘기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우리 젊어서는 차안에서 나보다 나이가 위인 사람에게 자리양보는 의례하는 일이었다. 그게 일상화한 일로, 그걸로 인한 갈등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지금도 나는 나보다 나이 먹은 노인이 타면 자리양보를 한다. 나뿐이 아니라, 우리 세대사람들은 다 그런다고 얘기한다.

요즘처럼 세대 간의 갈등이 심했던 때도 없었을 것이다. 이걸 완화시키든지 없애지 않으면, 부의 편중에 못지않게 양극화한 세대 간의 갈등이 우리사회에 아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부모세대와 자식세대, 그들은 같이 가야할 동반자지, 서로 배척해야할 대상이 아니다. 이제부터는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데 지혜를 짜내야 한다. 두 세대는 한 개의 축에 연결된 양쪽 바퀴와 같다. 같이 굴러가야 사회의 균형이 잡힌다.

나이 먹은 흘러간 세대, 참 일도 많이 했다. 우리가 이 정도의 삶을 누리도록 그들이 세운 공도 생각해 줘야한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노인네들이 맘에 안 든다고, 그들이 이 사회에 공헌한 일조차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면 잘못된 일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모습만 보기 싫어지는 게 아니다. 하는 행동도 남의 눈에 곱게 보이질 않는다. 세월 따라 어쩔 수없이 늙어가는 ‘늙은이’들은 점점 서있는 자리가 불편해지고 있다. 나이 들면 너도나도 피할 수 없는 슬픈 현상인 것이다.

난 퇴직 후, 작은 농지가 하나 있어 거기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틈틈이 밭에 나가 자연 속에서 손에 흙을 묻히며 일을 하는데, 기분이 상쾌해진다. 여기에서 나온 수확물 크지는 않지만, 내가 노력해 만든 소중한 것이다. 그걸 자식들에게 나누어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이가 들수록 몸을 온실 속에 가두어 두지 말고, 자꾸 움직여 줘야 한다. 이렇게 하면서 자식에게나, 사회에나 짐이 덜 되자고 다짐을 한다.

우연히 글쓰기에도 나서 지금은 문학회에도 나가 활동하면서 노년의 보람을 찾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시작이라고 했던가. 작년엔 수필집 ‘늦바람’을 내서 주변의 부러움 샀다. 문학회 사람들은 지금 현직에서 일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퇴직한 사람들이 주축을 이룬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공부도 하고, 우정도 나누면서 인생 후반기를 구가하고 있다. 스스로 찾아 나선 노년은 오히려 생에 풍요로운 한 페이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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