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정건호 기자)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는 토지의 지세(地稅)를 효율적으로 독점하기 위해 1910년부터 1918년까지 수많은 인력과 거액을 들여 토지에 대한 소유권 및 지형 조사, 토지 가격 산정, 토지대장 작성을 실시했다.

토지소유권 조사는 소유권 및 경계를 사정(査定)해 토지등기제도를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으며, 지형 조사는 전국적으로 지적도를 작성하는 작업이었고, 토지 가격 산정은 전국의 땅값을 조사해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표준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핵심 내용은 토지 소유자가 정하는 기간 내에 토지 신고서를 작성해 임시 토지 조사국에 제출해야 하며 지정된 기간 내에 신고하지 않은 토지는 모두 국유화한다는 것으로, 1930년까지 조선총독부가 소유한 토지 면적이 한반도 전체 면적의 40%에 달하게 됐는데, 이때 면적 단위를 척관법(尺貫法)에 기초한 토지는 평(平)으로 정해 사용했던 것이다.

1평이란 1자를 미터법으로 환산한 30.303㎝인 일본 자(曲尺)를 기준으로 가로, 세로 6자(181.818㎝×181.818㎝=약 3.3058㎡)로 만들어진 단위로, ㎡를 평으로 환산할 때는 ㎡×0.3025=평(平)이 되고, 평을 ㎡로 환산하면 평× 3.3058=㎡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평’이란 용어는 우리의 전통 단위가 아니며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국제단위계인 미터법(㎡)을 공식 채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 평(平)을 도입한 일본도 1976년을 기점으로 평(平) 대신 ㎡를 사용해 현재 완전히 정착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유일하게 지적(地籍) 부서에서 평(平)을 사용하지 않은지 40여 년이 지났으나 아직까지도 우리 일상생활에서는 물론이고 부동산중개업소나 경매 등에서 ‘평’이라는 단어를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해 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토목이나 건축 등 건설 분야의 기술자들 사이에서는 ‘헤베’(‘제곱미터’의 일본식 표현), ‘루베’(‘세제곱미터’의 일본식 표현) 등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 있고 공사현장에서는 지금도 통용되고 있다.

임야의 경우에는 미터법(㎡) 표기 전 임야 부책 대장(옛 임야대장) 및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정(町), 단(段), 무(畝), 보(步)라는 면적을 나타내는 단위가 사용됐는데 1정은 3000평, 1단은 300평, 1무는 30평, 1보는 1평을 의미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부책 대장의 면적이 10정 9단 2무라고 표시돼 있다면, 10정은 30000평, 9단은 2700평, 2무는 60평으로 총 3만 2760평이 되는 것이다.

또한 재미있는 용어 중에 ‘마지기’라는 단어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마지기는 ‘논(畓)’의 경우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150평(496㎡), 또는 200평(660㎡)을 한 마지기로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용어들이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를 식민통치하기 위해 일본의 육지 측량 부대가 사용하였던 면적 표기 방법으로, 우리가 계속 사용을 고집하는 것은 후손들에게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일시적으로 혼란과 불편함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정한 상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사용하는 법정단위(㎡)가 하루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제대로 알고 바르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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