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민 한국건강관리협회 충북․세종지부 내과전문의

(동양일보) 혈우병은 피가 날 때 지혈 작용을 하는 12개의 주요 혈액응고인자 중 하나가 부족해서 생기는 질환이다. 따라서 혈우병 환자들은 작은 상처에도 피가 쉽게 나고 잘 멈추지 않게 된다. 유전성 혈우병의 경우 혈액응고인자를 생성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하여 혈액응고인자가 만들어지지 않아 발생한다. 부족한 혈액응고인자에 따라 혈우병 A, 혈우병 B, 혈우병 C로 나뉘는데 C는 발생이 드물다.

유전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후천성 혈우병의 경우도 있는데 이는 자가항체로 인해 응고인자가 부족해 발생하는 것으로, 암이나 자가면역질환과 관계가 있다.

혈우병 A는 VIII번 응고인자가 부족하여 생기는 질환으로, 전체 혈우병의 약 85%를 차지한다. 고전적 혈우병이라고 하면 혈우병 A를 지칭하는 것이다. 혈우병 B는 IX 응고인자가 부족해서 생기는 병으로, 나머지 혈우병 환자의 대부분이다.

혈우병 환자에게 출혈이 발생했을 때의 치료는 부족한 응고 인자의 보충이다. 과거에는 혈액응고인자가 있는 혈장 혹은 전혈을 사용하였고, 1970년대부터 혈장에서 추출한 농축 VIII인자, 농축 IX인자를 투여하면서 효과적이었다. 잦은 혈액제제 투여로 인해 B형, C형 간염 바이러스나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 등에 감염되는 것이 문제가 되었으나 최근에는 유전자 재조합 제품이 생산되어 혈우병 치료가 진일보하였다. 또한 유전자 재조합 제품을 이용한 응고인자 유지 요법도 시행한다. 혈우병 A로 인한 출혈의 경우 항이뇨호르몬인 데스모프레신(desmopression)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출혈에 대한 치료뿐만 아니라 반복적인 출혈로 인한 합병증, 특히 혈관절증은 이로 인한 장애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인공관절치환술 등의 정형외과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또한, 경직된 관절은 물리치료를 시행하면 도움이 된다.

출혈 경향이 있는 환자의 경우 선별 검사로 일반 혈액검사, 출혈시간, 프로트롬빈 시간, 부분 트롬보플라스틴 시간 등을 시행하는데, 혈우병 A, B의 경우 부분 트롬보플라스틴 검사만 연장된 소견을 보인다. 혈우병 환자의 확진은 해당 응고인자, 즉 VIII, IX의 정량 검사로 가능하다. 또한 유전자 검사는 가계도 조사에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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