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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포럼 / 한·일 국제학술회의 발제-한국인의 생사관 Ⅲ
동양포럼 / 한·일 국제학술회의 발제-한국인의 생사관 Ⅲ
  • 박장미
  • 승인 2018.08.0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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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미(경기대 외래교수)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하늘 세계를 대표하는 해와 달은 인간의 삶과 밀착되어 있는 친숙한 존재이며, 한국의 전통 문화 속에서도 자주 접하게 되는 소재로 등장한다. 이 글에서는 한국인의 생사관(生死觀)을 이해하는데 있어 해와 달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며 기능해 왔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해와 달의 속성과 상징성을 통해 알아보고, 한국인의 생사관의 특징과 그 변화를 고찰하고자 한다.



1. 해와 달의 속성과 상징성

1) 해 : 광명과 풍요, 왕권의 상징, 회귀성과 신생(新生)

눈부신 광명과 뜨거운 열기를 지닌 해는 천지를 밝혀주고, 모든 생물을 소생 ․ 번식시키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존재로 오랫동안 동경의 대상이 되어왔다.

동양에서는 해를 단순히 자연과학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천심(天心)과 함께 천하관(天下觀))을 파악할 수 있는 치천하(治天下)의 상징으로 인식함으로써, 일상문이 왕권의 상징물로 사용되었다. 여기서 천하관이란 온 세상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그 가운데 자기 나라의 위치가 어떠하며, 나아가 인접 집단과 비교해 자기 집단의 특성이 어떠한 가에 대한 인식을 말한다.

한편 일출하여 일몰에 이르는 해의 운행은 탄생하여 성장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의 일생과 비견된다. 하지만 무한의 회귀성을 지닌 해와는 달리,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는 한계성을 갖는다. 매일 아침 떠오르는 해를 보며 인간은 사후(死後) 태양과 같이 소생하기를 소망했고, 이러한 믿음은 해에 초월적인 신격(神格)을 부여했다. 이 같은 속성을 지닌 해에 영혼 불멸과 신생을 염원하는 종교적 내세관이 투영됨으로써 죽은 자와 관련된 묘제(고분 벽화, 부장품, 탑비 및 묘비 등) 장엄에 일상문이 묘사되었다. 이처럼 묘제 장엄에 일상문이 등장하는 것은 저녁에 지더라도 아침에 다시 떠오르는 영원성과 초월성을 지닌 해처럼 재생과 부활의 삶이 사후(死後) 인간에게 영속되길 희망했기 때문이다.

일상문의 기본 구성 요소인 원(圓)은 무한의 순환론을 반영하기 때문에 항상적 ․ 주기적 회귀성을 지닌 태양을 상징화하는데 적합하다. 원은 또한 세상의 중심을 기하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성지, 영생의 땅, 성스런 궁전, 복된 자들의 땅, 선택된 자들이 사는 곳 등을 의미한다. 영생의 공간으로 만들어진 고구려 고분과 성스러운 부처님의 공간으로 조성된 석굴암 등의 천정부가 모두 궁륭형(穹窿形 : 활처럼 둥글게 휘어진 모양)으로 이루어진 것도 바로 이런 까닭이다.



2) 달 : 음양의 합일과 풍요 및 다산, 군민의 상생과 민본의 상징, 순환과 영혼 불멸

음양(陰陽) 중 음(陰)을 상징하는 달은 양(陽)을 상징하는 해와 함께 표현함으로써 음양의 신성한 합일과 풍요 및 다산을 의미하며 남자와 여자, 임금과 신하(또는 백성)와의 조화의 뜻을 함축한다.

한낮의 강렬한 빛의 광원으로 하늘 세계를 대표하는 태양이 지상의 최고 권력인 왕권을 상징했다면, 깜깜한 밤의 어둠을 은은하게 비추는 달은 음지에서 살고 있는 민중과 밀착된 측면이 강하다. 일상문(日象文)이 국가의 위력과 통치 조직이 천상의 해처럼 지상에서 절대적이고 무궁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왕권의 상징물로 사용되었다면, 민중과 밀착된 관계를 가지며 신앙되어 온 달을 형상화 한 월상문(月象文)은 왕권의 상징인 일상문과 함께 표현됨으로써 군민(君民 : 임금과 백성)의 상생과 민본의 중요성을 함축한다. 임금과 백성과의 상생을 해와 달과 결부시켜 인식한 것은 5세기의 모두루(牟頭婁) 묘지에서 고구려의 시조인 동명성왕(東明聖王)을 ‘일월지자(日月之子)’로 표현한 것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고대인들은 조류(潮流)에 영향을 미치는 달을 여성의 삶의 리듬에 깊이 관여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달의 순환과 여성의 생리 주기가 모두 28일이므로 달이 여성의 운명을 통제하는 힘을 가졌다고 보았고, 그런 연유로 여성의 생리를 ‘월경’ 또는 ‘달거리’라 했다. 또한 날마다 재생하는 해와 같이 28일을 주기로 순환하는 달은

신생과 영혼 불멸, 장생과 불사(不死)의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죽은 후 달처럼 다시 환생하고 영생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죽은 자와 관련된 유적과 유물에 월상문(月象文)을 표현했다.



2. 한국인의 생사관(生死觀)의 특징과 시대 흐름에 따른 변화

생사관과 관련하여 해와 달은 회귀성과 신생, 순환과 영혼 불멸을 상징한다. 이런 연유로 죽은 자와 관련된 유적과 유물에 해와 달을 형상화 한 일상문과 월상문이 표현되었다. 즉, 무한의 순환론을 상징하는 일상문과 월상문을 나타냄으로써 망자(亡者)가 다시 태어나 영생을 누리고 영혼이 불멸하기를 바랬다.

일상문의 경우는 생사관 외에 당시의 시대상과 지배 계층의 인식을 반영하는 천하관을 엿볼 수 있고, 태양과 삼족오를 결합시킨 ‘해 속의 삼족오’와 같은 일상문은 양에는 음이, 음에는 양이 포함되어 있음을 시시한다. 음양론에 입각하여 태양을 양의 상징으로만 보면, 일상문은 삼족오와 같은 현조 없이 원만으로 표현할 수 있다. 왜냐하면 태양 자체가 소생하는 특성을 지니므로 둥근 원만으로도 생사의 순환과 신생을 거듭하는 태양의 속성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명과 아침을 상징하는 붉은 태양 안에 죽음과 밤을 의미하는 까마귀와 같은 현조를 함께 표현한 것은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듯이 죽음과 어둠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며, 생성과 소멸은 경계 없는 동반자라는 우주론을 반영한 것이다. 즉, 삶에서 죽음은 삶의 정점인 동시에 엄숙함을 갖춘 인상적인 것이며 그 자체에 내일이 함축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태양과 삼족오와 같은 현조가 결합된 일상문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에 많이 보이는 것은 ‘해 속의 삼족오’가 양에는 음이, 음에는 양이 포함되어 있음을 말해주듯 국난이나 정치적 혼란과 같은 어려움의 시기가 지나면 밝은 세상이 올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두꺼비, 토끼, 계수나무가 등장하는 월상문은 당시의 종교적 영향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고구려 고분 벽화에 그려진 월상문은 고구려가 불교를 수용한 초기(4세기 후반-5세기 초중반)에는 두꺼비가 표현되었고(예 : 안악3호분, 덕흥리고분, 쌍영총 등), 5세기 중후반 이후에는 두꺼비와 토끼가 함께 등장했으며(장천1호분, 덕화리1호분, 덕화리2호분, 개마총 등), 불교가 대중화 ․ 토착화 되는 통일신라 이후에는 월상문에서 두꺼비는 점차 사라지고 토끼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상문에서 두꺼비가 등장하는 것은 동부여의 금와설화에서 엿볼 수 있듯이 동이족의 일파인 동부여 지배 집단의 토템을 반영한다. 또한 달의 여신인 서왕모가 지닌 불사의 약과 토끼를 연결시킨 배경에는 신선사상과 불로장생을 바탕으로 하는 도교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 아울러 불교설화에 등장하는 토끼가 월상문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부각된 것은 불교와 깊은 관련성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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