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충북도여성정책관실

김현주 충북도여성정책관실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4차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4차 산업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제조업에다 ICT기술, 즉 정보통신기술을 융복합해 부가가치를 높인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이세돌 프로와 바둑 대국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AI) 산업도 여기에 포함된다.

사실 알파고 등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구체적으로 실감하고 관심 갖는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이러다 머지않은 장래에 인공지능이 사람을 능가해 사람은 밀려나고 인공지능이 판치는 세상을 맞이하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린다.

이런 사회상을 반영하듯 모 방송사 일요일 저녁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미래형 인공지능 로봇을 소재로 한 ‘봇말려’ 코너가 방영되어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 숙제를 남겨주었다.

이 ‘봇말려’ 코너를 잠깐 들여다보자. 자칭 감정 없는 완전체라고 하는 ‘진로봇’은 남자형 로봇으로 남자 주인의 지시에 따라 먼지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하며 가사도우미 역할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주인 집에는 그의 여자 친구가 방문한다. 여자 친구는 진로봇을 보며 귀엽다고 매달린다. 진로봇은 심장이 없다면 서도 주인의 여자 친구를 음흉한 눈으로 쳐다보기도 하고 또 스킨십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광경을 본 남자 주인은 비록 로봇일지라도 심한 허탈감과 모멸감을 느낀다.

이번에는 영국 드라마 ‘휴먼스’의 한 장면을 살펴보자. 이 드라마는 인공지능이 생활화된 세상을 그리고 있다. 남자가 여자형 인공지능 로봇 아니타를 구입한다. 그는 아름답고 청소를 잘 하고, 아침 식사를 풍족하게 차릴 줄 안다. 아내는 남편이 갑자기 사온 로봇에 당황한다. 가정에 신경 쓰지 못한 자신이 대체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딸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려 하지만 딸은 서두르지 않는 아니타를 더 좋아한다. 가족들은 아니타가 차려 주는 아침식사에 즐거워한다.

결국 아내는 아니타에게 극심한 질투를 느끼게 되고 급기야 가정은 파탄 직전으로 내몰린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원인은 무엇일까? 가정 파탄으로 내몰린 이유는 아내의 설자리가 없어지고, 그에 따른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가정에서 아내의 설자리란 ‘집안 청소에서부터 설거지, 아이돌보기, 아침식사 차리기는 마땅히 아내 몫’이라는 사회문화적인 틀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만일 ‘아내는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사회문화적인 틀이 깨어져 없었더라면 드라마에서 아내는 자기 자리를 잃을 이유도 없고 또 잃어버려야 할 이유도 없다. 왜냐하면 집안일은 아내 몫, 남편 몫 따로 구분돼 있는 게 아닌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사람 중심의 풍성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젠더 관점에서 성평등에 초점을 맞춰 사회문화적으로 확장시켜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만 우리가 기대하는 사람 중심의 행복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자는 마땅히 이래야 한다’라든가 ‘남자는 마땅히 저래야 한다’와 같은 사회문화적으로 정의된 성,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구조화된 남성과 여성의 역할, 신념 체계 및 태도, 이미지, 가치 등으로 표현되는 젠더 관점에서 차별적 요소를 개선해야 바람직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더 행복한 4차 산업혁명 시대, 그 단초는 젠더 관점의 성평등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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