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재단 박구선 이사장 투고

(동양일보 임재업 기자) 우리나라에서 충북이 차지하는 경제 비중은 2009년 3%수준에서 2016년 3.55% 까지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2016년 충북지역 경제 성장률은 6.39%로 전국 평균 2.9%보다 높았으며 전국에서 두 번째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이처럼 높은 성장률은 바이오, 태양광, 화장품·뷰티, ICT융합, 유기농, 항공 산업이 포함된 ‘충북 6대 신성장동력산업 육성’전략이 주요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고령화, 저성장, 기술 융합이라는 환경 변화 속에서 충북이 3.55%의 경제 비중을 넘어 ‘충북경제 4% 시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시장을 선도하는 지자체로의 빠른 전환에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면에서 6대 신성장동력산업 중 하나인 바이오산업은 국민건강과 경제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산업이자, 부존자원이 없이 인력자원 중심인 우리나라 산업계를 이끌어 갈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조명 받고 있다.

충북은 물리, 정보통신기술과 함께 4차산업혁명의 핵심동력 중 하나인 생물학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산업의 거점지역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와 그 핵심 역할을 하는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위치하고 있어 바이오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매우 유리한 고지에 있다. 충북의 바이오산업 생산 규모는 2015년 1조4037억원에서 2016년 1조5952억원으로 13.6%나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성장률 4.4%보다 3배가량이 높았으며, 경기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15년 세계 바이오산업 시장규모는 1600조원에 달했다. 2024년경이 되면 우리나라 3대 수출효자 산업인 반도체, 화학, 자동차 시장을 합친 것(2770조 원) 보다 바이오 시장(약 2800조원)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의 격전지가 될 바이오산업은 농림수축산·식품 및 바이오농업 분야로 구분되는 그린바이오(Green Bio), 환경·해양 및 에너지, 소재 등 바이오화학을 대표하는 화이트바이오(White Bio),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의약품 등 보건의료 분야인 레드바이오(Red Bio)로 구분되어 진다.

이중에서 레드바이오산업은 그 성장 속도가 연평균 18.7%로 매우 가파를 뿐 아니라 국민의 건강증진에도 크게 몫을 하고 있다. 기존 화학 의약품시장은 세계 10대 기업 매출비중이 49%에 달할 만큼 몇몇의 다국적 제약기업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반면에 레드바이오산업은 태동기 시장 특성상 기술선점자가 특허장벽을 통해 20년간 독점 수익이 보장돼 시장을 지배할 수 있으며, 다른 산업 대비 영업이익률이 5배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레드바이오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이미 다국적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답습하는 추격형 전략보다 장기적 관점의 선도형 기술 개발과 투자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 IT와 바이오산업을 결합한 스마트 헬스 케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희귀유전질환이나 치료효율이 낮은 난치질환에 대해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공하는 생체 내 유전체 편집기술, 다양한 바이러스 유래의 암 발생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발생된 암에 대한 면역증강을 통해 항암제 유래의 부작용이 적은 차세대 항암백신, 의료 선진국에서도 부러워하는 우리나라의 질 좋은 의료 빅데이터 활용 및 원격진료, 그리고 바이오 신기술을 이용한 줄기세포 및 세포주 치료 등 고부가 가치 바이오 전략 산업을 육성하고 선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들은 관련 분야의 기술발전을 혁신하거나 기술적 문제해결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술적 혁신성 뿐 아니라 관련 산업발전의 혁신을 유도하는 산업적 혁신성 또한 지니고 있으니 바이오 선진국에서도 집중 육성하려하는 기술이며 크게는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로 불리기도 한다. 정밀의료는 기존의 진료 후 치료하는 방법이 아닌 질병을 예방(Preventive)하고 질병 발생을 예측(Predictive)하며, 질병치료에서도 개인의 특성에 맞춰(Personalized) 치료하는 개념으로 환자들의 자발적 참여(Participatory)를 통해 정밀(Precision)하게 진행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정밀의료는 더욱 더 의료산업을 세분화하여 더 큰 시장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가까운 미래에 개인이 만들어내는 빅데이터와 헬스 로그(Health log)를 통해 소비자가 의료 행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등 진료실의 경계도 무너질 것이고, 청진기 없는 진료실, 먹는 약에서 빛을 쏘여 낫게 하는 치료법이 나올 것이며, 수명 100세시대가 아닌 건강 100세 시대가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건강 100세를 위해 소비가자 직접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여 앞으로 본인에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병을 미리 예측하고 예방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유전자 검사는 일부 특정계층만 할 수 있다는 사회적 편견 또한 있다. 기술이 발전하여 더 싼 값에 대량으로 검사할 수 있도록 바이오 기술이 보편화 된다면 빈부의 격차는 어찌 못하더라도 건강 격차는 오히려 줄일 수 도 있다.

물론 경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지나친 상업화가 바로 그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일이다 보니 공공성(Public) 또한 기본이 되어야 한다. 공공의 보편 의료 서비스와 의료 산업화 간의 충돌로 인해 바이오산업이 나가가야 할 길이 평탄하지만 않다. 그래서 바이오의 미래는 산업계 뿐 아니라 정부-병원-민간에서 공감대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확실한 것은 차세대 기술에 대한 투자는 시기가 있다는 점이다. 놓치면 절대 따라잡지 못한다. 대한민국 특히 충북도의 미래 30년은 지금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중 인적자원 중심 혁신이 일어 날 수 있는 바이오산업, 특히 레드바이오에 역점을 둬야 한다. 지금도 많은 고심과 노력이 정책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이 노력들이 산업으로 연결 되도록 혁신자금, 규제혁파, 도전적 문화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바이오경제 주도권 확보와, 바이오경제시대가 가져올 혁신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현실에 만족하지 말고 실패 또한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적 성공의 반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되었고 역사적 실패의 반은 찬란했던 시절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였다.

기존의 고정 관념을 버리고 백지상태에서 다시 생각하자. 그것이 성공한 미래를 맞을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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