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법연화경 권7.
묘법연화경 권7.
대방광불화엄경소 권91-93.
대방광불화엄경소 권91-93.
수덕사 소조여래좌상.
수덕사 소조여래좌상.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충남 예산 수덕사 무이당에 봉안된 소조(塑造)여래좌상 내부에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경 9점이 나왔다.

31일 문화재위원이자 중앙승가대 교수인 정각 스님에

따르면 높이 90㎝인 소조불상 안에서는 대방광불화엄경소(大方廣佛華嚴經疏) 권79∼81, 권91∼93과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다라니 등이 발견됐다.

당대 무신정권의 최고 권력자였던 최우(?~1249)가 발문을 쓰고 나라의 큰 스님 대각국사의천(1055~1101)이 간행한 불경들이다.

정각 스님은 대방광불화엄경소에 대해 대각국사 의천이 11세기 후반에 편찬한 대장경 연구 해석서인 '교장'(敎藏) 중 일부라면서 "권79, 80은 국내에서 발견되지 않은 유일본이고, 나머지는 계명대와 화봉문고 소장본과 중복된다"고 설명했다.

종이 재질과 서지 형식으로 미뤄볼 때 고려시대 후기에서 조선시대 초기에 인출한 것으로 추정되며, 열람 흔적이 없어 인출하고 바로 불상 안에 납입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화엄경, 금강경과 함께 대표적인 불경으로 알려진 묘법연화경은 권7, 권1, 권4-5, 권3-4 등 4점이 확인됐다.

정각 스님은 묘법연화경 권7을 분석한 뒤 "1240년 최우가 조판을 명령했다는 발문이 있고, 여백 3면에 1390년 쓴 묵서가 실렸다"며 "1377년 이전 혹은 그즈음에 조성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묘법연화경 권4-5는 충북 단양 구인사에 동일한 판본이 있고, 권3-4는 경북 경주 기림사에 같은 판본이 있다고 생각된다"며 "권4-5와 권3-4 간행 시기는 각각 1380년대와 1420년대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정각 스님은 불상에서 나온 또 다른 책인 '사아함모초해'(四阿含暮抄解) 권5는 재조대장경으로 고려시대에 찍은 희귀본이고, '자비도량참법'(慈悲道場懺法)은 목판본이 아니라 여말선초에 손으로 베껴 쓴 사경 작품이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다라니를 통해 불복장 시기가 1489년 11월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때 불상이 처음 조성됐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선일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은 "15세기 불상을 계승해 1600년부터 1650년 사이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각스님은 3일 수덕사가 동북아불교미술연구소와 함께 충남 홍성 충남도서관 강당에서 개최하는 학술대회에서 소조불상에서 나온 복장(腹藏·불상이나 불화에 넣는 성물)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날 수덕사 소조삼존불 수종(樹種) 분석, 서산 일락사 금동여래좌상과 당진 성당사 제석천도 연구에 대한 발표도 진행된다. 예산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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