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성 관절염’ 16살 전부터 관리하면 평생 안 걸려

을지대병원 유철우·김주영·전동진 교수(왼쪽부터)<을지대병원>

(동양일보 김홍균 기자) 혈우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가장 흔하고 대표적 합병증인 ‘혈우병성 관절염’을 보다 쉽게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국내 연국진에 의해 제시 됐다.

대전 을지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철우·김주영, 영상의학과 전동진 교수팀이 지난 2005년부터 10년 간 이 병원의 만 1세부터 40세까지의 A형 중증 혈우병 환자 42명을 추적 검사한 결과, 사춘기(16세) 이전부터 관리하면 적은 용량의 치료제로도 혈우병성 관절염을 평생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우병은 혈액응고인자가 없어 상처가 나도 피가 잘 멈추지 않는 유전병 중 하나로 이중 A형 혈우병이 전체 혈우병 환자의 75~80%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혈우병환자들은 반복적인 관절 출혈로 30대 중반 이후부터 여러 관절에 심각한 관절염이 발생해 신체활동에 제약을 받으며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혈우병 환자의 이러한 관절염은 어릴 때부터 2~3일 간격으로 고용량의 혈액응고인자를 투여해 혈중활성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면 예방할 수 있어 혈우병 환자의 원칙적 1차 치료로 WHO에서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혈액응고인자 농축제제가 워낙 고가(高價)여서 유럽 등 부유한 국가가 아니면 적용할 수 없었고 우리나라도 2005년까지 예방요법이 시행되지 못한 실정이었다.

연구팀은 이런 재정문제를 해결하고, 관절 출혈 횟수를 줄여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WHO권고 용량이 아닌 국내 보험기준에서 출혈치료 시 허용한 용량인 중간용량으로 예방요법을 시행했다.

2005년부터 10년간 이 병원의 환자 42명을 만 1~10세(A), 11~20세(B), 21세 이상(C) 등 총 세 군으로 눠 혈우병성 관절염의 임상 측정법(P-score)을 통해 비교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예방요법을 시행하지 않았을 때(그래프 청색 선)보다 시행 했을 때(흑색 선) 나이에 따른 관절염의 진행 속도가 11배나 감소했으며 관절 출혈 횟수도 평균 70%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관절염의 진행은 예방요법을 시작한 나이가 어릴수록 더욱 늦었다. 5세쯤 예방요법을 시작하면 삶의 질이 나빠지는 P-score 13점에 도달할 때까지 279년, 16세 경 시작하면 89년이나 걸렸다. 즉 이 합병증에서 평생 해방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17세 이상의 나이에서 시작한 경우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유철우 교수는 “한국의 혈우병 예방요법에 대한 장기간 관찰 결과를 최초로 보고한 논문으로 향후 국내 혈우병 환자의 예방요법에 대한 객관적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며 “이번 연구결과는 경제적인 이유로 WHO가 제시하는 충분한 용량의 예방요법을 시행할 수 없는 국가들을 비롯한 전 세계의 수많은 소아 환자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논문은 최근 SCI 학술지인 ‘Haemophilia’(혈우병)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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