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청원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임수혁

(동양일보) 지난 11월 5일 오랫동안 꿈꾸던, ‘내 일자리’라고 말할 수 있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갖게 됐다. 이전에도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 등 많은 일을 해봤지만 나의 평생직장을 갖게 됐다는 설렘과 부모님의 경제적 짐을 어느 정도 덜어드리게 됐다는 기쁨을 가슴에 품고 첫 출근을 했다.

청원구청에 도착해 앞으로 내가 몸담게 될 환경위생과에 들어서니 각종 민원처리와 업무처리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 광경에 어리둥절해 있는 나를 직원들께서는 반갑게 맞아주셨지만 이내 몰려오는 긴장감을 떨쳐내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긴장감 속에 나 자신이 책임지고 꾸려나가야 하는 일련의 업무를 맡게 됐다. 담당자라는 책임감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첫 출근의 설렘을 마저 느낄 겨를도 없이 내가 맡은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단순한 문의전화 한 통 받는 것에도 쩔쩔매며 선배 공무원의 도움 없이는 해결하기 힘들었다. 쉴 새 없이 밀려오는 전화, 그 와중에도 처리해야 하는 업무들에 치여 머릿속은 금세 공황상태가 됐다.

평소에 편한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었고 공무원이 되면 그러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런 생각들은 뒤집어졌다.

민원인을 상대하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제한된 권한 내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 최대한의 서비스를 원하는 민원인을 상대하는 것은 신규 공무원인 나에게는 상당히 버거운 일이었다. 선배 공무원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그 자리에서 몇 번은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압박감은 상당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버린 2주간 겪어 본 공직의 길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시민의 생활이라는 것은 너무 다양한 면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화를 받을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말문이 막히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굉장히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또 업무에 대해 자신감과 확신이 없어서 말끝을 흐리다가 신뢰를 잃어 추궁당하기도 일쑤였다.

아직까지 이렇게 초보자의 모습이지만 언젠가는 당당히 한 사람 몫을 해내서 청주시를 받치는 수많은 주춧돌 중 하나로 기능할 수 있게 될 것을 다짐한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말이 있다.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시민이 원하는 것에 공감해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그와 동시에 맑은 정신을 유지해 치우치지 않고 규정대로 일처리를 해야 하는 공직자가 금과옥조로 삼기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시민이 어려움에 처해 나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최대한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차분한 자세로 방향을 제시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공직자가 되고자 한다.

여정이 막 시작됐을 뿐 앞으로의 길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맡은 일을 성실하게 수행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떠올리곤 했던 모습에 가까이 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쉬운 길은 아니지만 너무 먼 길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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