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청주시 흥덕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동양일보) 솔직히 말해서 나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꿈꾸는 사람은 아니었다. 주위 지인들도, 심지어 우리 가족들까지도 내가 공무원이 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한 적도 없었다. 원하던 회사에 취업을 실패하고 나이는 점점 들어가고, 취업이 어려운 요즘 시대에 더는 다른 길이 없어 시작했던 공무원 공부였다. 그래서 임명장을 받았을 때, 그렇게 바라던 합격이었음에도 마냥 기쁘기보다는 허무함마저 들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고작 한 달밖에 경험하지 않았지만 무늬만 공무원이 아니라 진짜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 일을 하며 보람도 느끼고 면접 때 입으로만 말했던 친절‧봉사‧청렴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또한 민원인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해 똑똑한 공무원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발령 첫날, 퇴근하고 집에 가니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이 여덟 자가 적힌 종이가 내 방 문에 걸려 있었다. 요즘 취미로 서예를 배우고 있는 아빠가 딸에게 기념으로 한 구절 꼭 써주고 싶었다고 하시며, 덧붙여 이제 공무원이 됐으니 이렇게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하셨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을 대하기는 봄바람처럼 관대하고, 자기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에 내리는 서리처럼 엄격하게 하라는 뜻이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이와는 반대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많고 나 역시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내가 잘못했을 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며 온갖 핑계들을 붙이면서 남이 똑같은 행동을 했을 땐 지적을 하고 ‘왜 저럴까’ 란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한 달이 지난 지금, 나는 아직도 공무원이 됐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저 말을 100% 지키지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맨날 TV보다 새벽에서야 잠들었는데 이제는 내일을 위해 일찍 자고, 남들보다 더 일찍 출근해 하루를 시작한다. 또한 출근해 전화를 받으면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먼저 내뱉고, 학교 선생님 말고는 선생님이라고 불러본 적도 없던 내가, 짜증을 내는 전화에도, 화를 내는 전화에도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빼먹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화벨 울리는 것이 무서워 전화도 못 받았었는데, 한 달이라는 시간은 나를 많이 변화시켰다.

물론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똑같은 일을 해도 남들보다 더 오래 걸리는 신입 공무원이지만, 매일 민원전화를 받고 공무원증을 목에 걸고 출장을 나가며 아주 조금은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무게를 느끼고 있다. 앞으로 남은 긴 공직생활을 겪으며 나는 점점 더 무거운 무게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무게를 짐이라 생각하지 않고, 온전히 내 몫이라 생각하고 견뎌내며 성장해나갈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준 공무원으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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