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섭 충북도농업기술원장

송용섭 충북도농업기술원장

(동양일보) 지난 12월 옥천군과 보은군에서 포도와 대추재배 농업인들을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농업인들은 옥천을 중심으로 충북에서 포도를 생산하고 있는 60여 농가들이 모여 1993년에 결성한 ‘충북포도연구회’ 회원들이었다. 회원들은 포도연구소에서 선도 농가를 초빙해 고품질 포도를 생산할 수 있는 토양비료 관리와 전지전정 등의 강의를 듣고 토론을 하고 있었다. 연구회원들로 빼곡한 교육장은 보조 의자를 놓을 정도였다. 강사의 강의 내용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회원들의 학습 열기가 대단했다. 한편, 보은에 위치한 대추연구소는 2012년도에 결성한 대추연구회 회원 43명이 모여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5명의 회원 농가들이 금년도 재배 및 경영성과 등의 사례를 발표하고 토의를 통해 지식을 공유하는 활기 찬 모습이었다.

위와 같은 두 가지의 사례에서 보듯이 농촌에는 농업인들이 학습하는 다양한 모임이 정착되어 스스로 학습하고 토론하는 평생학습 내지는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농촌 현장에서 성공스토리를 만들고 있는 농가들의 공통점은 발품을 팔아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정보를 입수하여 영농현장에서 적극 활용함으로써 경영을 혁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충북에는 도와 시군에서 337개의 품목별 농업인연구회를 육성하고 있으며 1만5804명의 농업인들이 참여하여 활동하고 있다. 이 연구회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각 지역 특화작목의 품질을 높이고 영농현장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밑거름이 된다.

이러한 농업인들의 학습 문화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대 농촌근대화 시기에 가을걷이 후 농사일이 없는 농한기, 즉 겨울철기간 동안 농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해 농사를 설계할 수 있도록 1969년부터 시군 농촌지도소(현재 농업기술센터)에서‘동계농민교육’을 시작한데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벼농사 재배기술을 비롯해 수박, 마늘, 인삼 등과 같은 새로운 소득 작목을 소개함은 물론이고 정부의 시책을 홍보함으로써 농업․농촌의 변화를 가져오게 하였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앞서 농업인들을 학습의 장으로 이끌어 낸 것이다.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농업인들은 신기술을 받아드리고 영농현장에서 실천함으로써 농가소득 증대는 물론 농촌 지역개발을 일구어 왔다.

지금은 지식정보화 시대를 뛰어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이다. 농업인들에게도 기업 인력과 같이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농산업의 인적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ICT(정보통신기술)가 접목된 스마트농업 기술은 물론 농산물 가공과 마케팅, 세무회계, 마을개발과 창의력 증진과 같은 실용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농업인뿐만 아니라 도시민들에게도 우리 농산물 소비와 치유농업 등 교양으로서의 농업과 미래 농업, 농촌발전을 위해 요구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제 2019년 기해년 새해에도 51년째 어김없이 충북 11개 전 시군에서 농업인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충북도내 농가수의 28%에 이르는 2만여 농가가 참여하게 되는‘새해 농업인 실용교육’즉, 새해에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실용적인 교육을 추진하게 된다. 복숭아, 고추, 사과 등 지역특화 작목은 물론, 기후변화에 따른 아열대작물 재배와 치유음식, PLS(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 청년 창업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과정이 농업인과 도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도 학습을 통해 성공하는 농가가 하나 둘씩 늘어나서‘대한민국 농업혁신의 중심, 충북’의 비전을 현실화하는 원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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