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구 청주시 오창읍 산단관리과장

(동양일보) 1953년 7월 판문점에서 한국동란 정전 협정이 체결된 후 같은 해 10월 한․미간 상호방위조약이 조인돼 주한미군 주둔의 근거가 마련됐다. 양국은 합동으로 대외적인 도발이나 침략에 대비하는 등 한국의 방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 한편 38선을 사이에 둔 북한은 지난 수십 년간 핵과 함께 미사일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장거리 대륙간탄도유도탄(ICBM) 개발이 어느 정도 완성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위협적이다. 다행스럽게 미국은 한국과 함께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이나 전쟁 대신에 비군사적인 방법으로 이 난제에 대응하고 있다.

근래 부쩍 한반도의 비핵화, 현재로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미 양국은 물론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압박과 제제, 대화와 교류를 병행하며 노력 중이다. 지난해인 2018년에는 초반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남북, 북미, 한․러 간 정상회담 등이 숨 가쁘게 진행되며 비핵화 국면이 급진전했는데, 후반기 들어서서 숨 고르기에 들어가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핵 리스트를 남김없이 제공하라는 미국의 요구나 단계별 상호 조치를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은 각기 협상의 주도권을 쥐거나 불리한 위치에 서지 않겠다는 두 나라의 의지를 반영한 일일 것이다.

이런 교착 상황이 조기에 해소되면 가장 바람직하겠으나 오래 끌면 아무래도 한미 양국에 득이 되지 않을 듯하다. 현재와 같이 북미나 남북 간 밀당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북․중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것은 자명하다. 양국 사이가 정상적으로 긴밀해지는 일이야 그리 염려할 바가 아니겠으나 북한 경제의 대 중국 의존도나 북한 주민의 중국에 대한 믿음이 기형적으로 커지는 사태는 매우 우려스럽다. 이는 차후 남북 간, 북미 간 관계가 개선돼도 경제적 측면에서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함을 시사한다. 막상 북한 경제가 개방됐을 때 한국의 스마트폰이나 미국의 애플폰이 아니라 중국의 화웨이폰이 통신 시장을 독과점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롯데리아나 맥도날드가 아닌 차이나 체인점이 외식시장을 선점할 공산이 클 것으로 예견된다. 21세기에 정보통신이나 먹거리 분야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두말하면 잔소리가 된다. 그 밖에도 다양한 시장을 착수도 하기 전에 잃을 수 있다.

하여, 생각건대 지금부터 한미 양국은 긴밀한 공조 하에 서둘러 북한 당국에 비핵화와 관련한 굉장한(?) 신뢰를 보내고, 중․러로 하여금 그 신뢰를 담보하게 하면서 과감한 조치를 취하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겠다. 하루라도 빨리 북한 경제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힘쓰고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야 할 것이다. 연말 연초에 유행하는 사자성어 가운데, 한반도를 둘러싸고 소탐대실이나 교각살우 같은 고사성어 만큼은 등장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한편 비핵화와 더불어 주요한 과제의 하나인 북한 내 인권문제는 여전히 중요하다. 이에 관해 유엔이나 국제사회에서는 줄곧 북한 내 열악한 인권상황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나 쌀독에서 인심 난다고 빈 독의 주인에게 인정을 베풀라는 요구는 조금만 미루는 게 어떨까 싶다. 북한 경제상황이 남한과 미국의 도움으로 차츰 개선된다면 북한 내 인권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지 않을까.

차제에 남․북․미 간 긴밀한 대화와 협상을 기반으로 한반도의 비핵화가 실현되고 남북 관계가 개선되며 공동 번영하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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