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한 번은 동네 부녀회에서 학자금이 부족해서 그때 돈 20만원 얻으려면 보증을 3명 세워야 하는데 여럿 앞에서 보증 서 달라 소리를 못해가지고 그걸 못 얻었어. 거기에 내가 자극을 받아가지고 며칠 동안을 울다가 그래서 내가 결심을 한 거여. 애들을 위해서는 내 몸을 희생하더라도 돈을 벌어야 되겠다. 애들 남부럽지 않게 키우려면 내 몸을 희생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되겠다. 내 몸을 아껴서는 애들을 키울 수가 없겠구나. 그때부터 내가 각오를 한겨.”(청주육거리시장에서 노점을 하는 오광자씨의 구술 중에서)

‘충청권 최대 시장’ 청주육 거리시장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는 여성 상인들의 삶을 책으로 만난다.

충북여성재단(대표이사 권수애)은 최근 청주육거리시장 여성 상인들의 삶을 기록한 책 ‘전통시장에 얽힌 충북여성의 삶, 육거리 시장으로 흐르다’를 발간했다.

이 책은 노점을 하는 오광자(75), ‘소문난 손만두’의 김종인(65), 호떡장사를 하는 송윤옥(63), 매일 새벽시장을 찾는 김원옥(63), ‘미원주단’의 김익순(60), ‘청주뚝배기’의 정교순(59), ‘꿀벌커피숍’의 정수현(53), ‘유창상회’의 류미경(52)씨가 주인공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삶의 한 자락이 된 육거리 시장’, ‘우리는 몰라. 그냥 열심히 사는 거밖에 몰라’, ‘호떡은 몸은 힘들어도 맘은 편한 장사야’, ‘그래도 지금은 괜찮아’, ‘오래 장사한 사람들은 그 속에 달래는 힘이 생겨’, ‘나는 주어진 대로 사는 사람이야’, ‘3대의 희망을 실은 바리스타’, ‘우리 가족의 희로애락이 담긴 현장’ 등의 부제 아래 펼쳐진다.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삶의 굴곡들은 물론 그들의 삶을 통해 육거리 시장의 지난 역사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부록으로 강민식 청주백제유물전시관 학예연구사의 ‘물길을 메워 이룬 삶의 터전’이 실렸다. 무심천 물길이 메워지고 시장으로 형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 한다.

또 발간에 함께한 공동필진·연구자들의 소감과 앞으로의 발전방향 등에 대한 의견, 구술 참여자들의 연대기도 부록에 담았다.

이정희 충북여성재단 연구위원은 “‘여성이 기록한 여성 상인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시장 상인들 속에는 여성도 있었지만 그들의 노동은 ‘보조적인 돈벌이’로 인식됐다”며 “그렇지만 그들의 노동에도 가족의 생존이 온전히 달려있었기에 노동에 담긴 삶의 무게는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 역사는 기록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게 된다”며 “여성 생애구술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고, 충북지역 여성사를 하나씩 쌓아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앞서 지역 여성의 정체성과 역할을 재조명하기 위해 ‘충북여성사 : 충북여성의 발자취(2012년)’, ‘충북여성인물사 : 새로운 길을 밝힌 여성들(2014년)’, ‘충북여성생애구술사-연초 산업과 여성의 삶(2016년)’ 등을 펴냈다.

이 책은 충북여성재단 홈페이지(http://www.cbwf.re.kr)에서도 볼 수 있다.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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