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동양일보) 천민은 신분사회에서 평민보다 더 천시되던 백정, 광대, 기생들의 부류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오늘날은 보통 천박(淺薄)한 사회문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천민성(賤民性) 이라는 말의 용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내가 아닌 남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과 외로움보다 사사로움이 우선하는 사람을 말한다.

물질주의에 경도된 사람과 공익이나 공공성이 결여된 사람, 사물의 본질보다 표피에 좌우되는 사람, 사람답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할 때 쓰인다.

얼마 전 있었던 결혼식장에 참석한 일화다.

많은 하객들이 결혼식은 뒷전이도 일찌감치 피로연장에 가서 식사를 하는 모습을 봤다.

하객이 아닌 식객인 것이다.

식장 가서 결혼식을 올리는 부부에게 축복을 하자고 종용하는 사람도 없었다.

대학 졸업식도 예전처럼 졸업생 참석률이 저조하다.

졸업식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학생들이 부모와 친지들과 함께 캠퍼스를 돌며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다.

졸업식장에 들어가라고 재촉하는 부모도 거의 볼 수 없었다.

어른의 천민성이 자식들에게 유전되고, 함께 천민이 되자는 합의는 어디서나 쉬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칼로 공동체를 다스리던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문치(文治)를 꽃피웠던 나라다.

어진 정치와 나눔의 문화공동체, 공경과 자애의 가정, 지(智)·덕(德)·체(體)·예(禮)의 고른 함양을 중시하는 문화를 가진 나라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사회는 어짐과 나눔이 사라지고, 가족 가치는 해체되고 있다.

체육이 곁들여지긴 했으나, 제도교육은 오직 지육(智育)에 매진할 뿐 덕육(德育)은 자신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라의 참담한 꽃은 지혜나 지식이 부족하거나 몸이 강건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 아니다.

지도층의 부덕(不德)이 사익에 눈먼 무리들의 천박함과 합세한 결과다.

덕육의 실패가 천민성을, 천민적 정치가 위기를 몰고 온 것이다.

태어난 지 몇 달 만에 아버지를 잃은 퇴계 선생은 ‘지식에만 치중하지 말고 몸가짐과 행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는 홀어머니의 가르침을 평생 잊지 않고 살았다.

검소함과 청렴, 겸양과 엄격한 자기관리의 삶을 살아 오늘날 만고의 사표가 되셨다.

이렇듯 덕육은 수신(修身)의 도장인 가정을 소중히 여겨 가정에서 출발해 사회에서 완성된다.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기능과 효율 중심으로 달려와 한강의 기적을 낳았다.

지금 다시 국가적 낭패를 맞은 대한민국.

이제 덕육을 가정교육과 제도교육의 중심으로 삼아 문화융합을 통해 나라의 근본을 다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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