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동남아를 여행하다 보면 가장 많이 찾게 되는 곳은 아닐까 생각한다. 각국의 사원은 저마다 다른 모습의 불상과 화려한 탱화가 자리하고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사원을 바로 알지 않고서는 동남아 여러국가들을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사원은 알면 알수록 동남아 문화, 역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라오스는 동남아의 대표적인 불교 국가다. 가장 작은 수도인 달의 도시 비엔티엔은 라오스의 대표적인 두 사원인 탓루앙 사원과 호 파께우 사원이 위치하고 있다.

화폐 속 호 파께우 사원은 1565년 건축된 라오스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셋타티랏 왕이 미얀마의 침략을 피해 북부 루앙프라방에서 현재의 수도인 남부 비엔티엔으로 옮겨 갈 때 왕실 전용 사원을 목적으로 건립한 사원이다. 에메랄드 불상인 파께우를 모시기 위한 사원이다.

사원에는 ‘왓’이 들어간 사원과 ‘호’가 들어간 사원이 있는데 이를 구별하는 방법은 스님이 거주하는 사원인가 아닌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스님이 거주하는 사원은 왓, 스님이 거주하지 않는 사원은 호가 된다. 호 파께우 사원은 즉 스님이 거주하지 않는 사원인 셈이다.

호 파께우 사원은 214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에메랄드 불상을 모시며 생사고락을 함께해 왔다.

라오스의 주권과 같은 신성한 의미를 지녔고 불심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778년 씨암(태국)과의 전쟁에서 패한 후

호 파께우 사원 건물은 완전 소실됐고 에메랄드 불상 파께우는 현재 태국의 왓 파께우 즉 우리가 알고 있는 방콕의 에메랄드 사원에 모셔져 있다.

라오스에서 줄기차게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태국은 이 에메랄드 불상을 국보로 지정함으로써 외교 문제의 불씨는 더 커지고 있다.

에메랄드 불상을 빼앗기고 난 후 호 파께우 사원은 사원으로서 역활은 더이상 하지 못하고 지금은 박물관 형태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목조 건물인 사원도 안타깝게 전소되고 급기야 방치되어 있다가 프랑스 식민지 시대인 1936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복구가 되었는데 완전한 복구가 아닌 시멘트가 사용된 불완전 복구였다.

게다가 라오스 역사문헌에 의한 복구가 아닌 프랑스의 주도하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건축물은 동양과 서양의 건축 양식을 함께 띄게 되는데 라오스 전통의 빛깔은 바랬지만 나름대로의 조화로움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호 파께우 사원은 사원의 핵심이랄 수 있는 에메랄드 불상을 빼앗기고 사원도 전소되는 시대적 아픔을 겪었지만 대법전에는 융성기 과거 왕이 사용했던 불상, 가구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모아진 불상이 전시돼 있어 그나마 라오스의 화려했던 지난날의 자존심을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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