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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왜 도심속도를 줄여야 하는가’
기고/ ‘왜 도심속도를 줄여야 하는가’
  • 동양일보
  • 승인 2019.05.2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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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영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안전관리처장
이문영 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안전관리처장

(동양일보) 1990년과 2016년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를 비교한 국제자료를 보면 비교대상 31개국 중에서 1990년 33.1명에서 2016년 8.4명으로 가장 높은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기쁜 소식이다. 하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의 사망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OECD 가입국가의 인구 10만명당 평균 보행자 사망자수는 1.1명이지만, 우리나라는 3.5명으로 평균보다 3배 이상 높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어떻게 하면 보행자 교통안전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선진국가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낮추었을까?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 국가에 비해 보행자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상태이며, 보행자 교통사고의 91.6%가 도심부에서 발생하고 있다. 도심부 면적은 전체면적의 5.2%에 해당하지만, 보행자 사망자의 70.9%가 도심부에서 발생하고 있어 그 해답을 도심부 교통안전에서 찾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그럼 선진 국가에서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어떤 방법을 찾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전 세계 47개국에서 시행해 교통사고 감소효과가 확인된 ‘도심 속도 하향조정’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도심속도를 60km/h를 50km/h로 하향조정한 국가들을 살펴보면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효과가 나타났는데, 1990년 시행한 덴마크에서는 24%, 2005년 호주에서는 12%, 2006년 헝가리에서는 18% 사망자 감소효과가 증명됐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부산 영도구에서 2017년 6월부터 ‘안전속도 5030’을 시범운영하였는데 시범운영 전 5년 평균과 시범운영 후 1년의 교통사고 사망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 약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속도 5030’이란 무엇일까? 이런 궁금증은 단순하다. 도심부 제한속도 50km/h을 기본으로 주택가 도로 등 이면도로 등 보행 위주도로에서는 제한속도를 30km/h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그럼 역으로 도심 제한속도를 10km/h 줄인다고 교통사고가 줄어들까? 이는 실험결과를 통해 알 수 있다. 60km/h로 주행 중 사람과 충돌했을 때 사망할 가능성은 85%이지만, 50km/h로 주행 중 충돌하였을 때에는 55%로 감소하는 것으로 손상부위가 완화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60km/h로 주행 중 제동거리는 36m이지만, 50km/h로 주행 중에는 제동거리가 27m로 감소하여 자동차 제동거리가 25% 감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운전자 시야 또한 속도를 줄였을 때 확대되는 것으로 확인되어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도 상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정부에서는 2019년4월17일 도로교통법령을 개정해 2021년4월17일부터는 주거지역․상업지역 및 공업지역의 일반도로 제한속도를 60km/h에서 50km/h로 변경했다. 다만 충분한 소통확보가 필요한 도로에서는 지방경찰청장이 60km/h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빨리빨리’라는 부정적인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상태이다. 이런 습관은 양보와 여유보다 급한 마음을 조장하였다. 도심을 통과할 때에는 교차로와 신호등이 반복 설치돼 있어 주행속도를 줄이더라도 통행시간 차이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각종 실증조사에서 확인되었다. ‘급한 길도 돌아가라’는 말처럼 타인을 배려하는 여유 있는 차분한 운전이 필요하다.

또한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운전자, 보행자 모두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를 경제대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신 분들이 현재 고령자가 돼 있으며, 전체 인구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보행자가 자동차를 피하는 시기가 아니라, 자동차가 보행자를 보호하는 시기이다. 운전자가 보행자를 발견하면 일시 정지해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조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인다를 잊지 말아야 하겠다. 보행자도 자동차 오는 방향을 살피고, 횡단보도를 이용한다면 교통사고라는 불확실성의 단어가 우리 곁에서 사라질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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