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섭 충북도농업기술원장/교육학박사

(동양일보) 요즈음 농촌현장을 방문할 때 마다 우리 농촌 모습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농가는 이제 농산물의 생산 공간을 넘어서 가공, 판매의 장으로 발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이 직접 체험하고 배우는 교육의 현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며칠 전 방문한 음성 대소면에 위치한 푸르미 농촌교육농장은‘논은 댐이다’라는 체험교육 프로그램으로 벼의 성장과 수확 후 쌀로 변하는 과정 그리고 볏짚과 왕겨 등 부산물의 쓰임을 이해하는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농촌 식생활체험은 물론 북, 해금 등 국악을 배우는 교육장도 갖추고 다양한 현장교육을 진행되고 있다. 또한 수령이 오래된 상수리나무와 벚나무가 즐비한 야산을 살려 농촌에 머물면서 치유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고 청결 고추와 절임 배추를 생산 판매하여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한편 감곡면에 위치한 궤짝 미술가의 농원에 들어서면 중고 오토바이와 경운기, 도자기 굽는 가마, 트레블 버스 등이 흥미로워 눈길을 뗄 수 없다. 궤짝 모양의 집을 짓고‘궤짝 속에 나의 꿈을 담아요’라는 테마로 온갖 창의적 발상을 갖게 하는 복숭아 스토리를 들려주고, 복숭아 궤짝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사범대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한 교육농장 대표는 갤러리를 만들어 현대 창작 미술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 가치를 떠나서 얼마나 인간이 창의로 울 수 있는지 깨닫게 한다.

한 달여 전에 방문한 청주 내수읍에 위치한 다래목장은 낙농가의 새로운 변신을 볼 수 있다. 젖소 90두를 사육하면서 치즈와 요거트를 제조하는 공정을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다. 또한‘아기소를 기다리는 마음’이라는 주제로 임신한 소의 신체와 행동 변화를 관찰하고 교감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농장은 여기가 농가인지를 구분할 수 없는 만큼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보다 중요한 사실은 앞서 언급한 세 곳의 농촌교육농장 사례에서 공통적인 점을 찾을 수 있었다. 농촌교육농장 운영을 통해 모두 자녀들을 좋은 환경에서 훌륭하게 성장시켰고 자녀들과 함께 새로운 사업장으로 발돋움하는 꿈을 꾸고 있었다. 푸르미 교육농장은 에너지공학을 전공한 아들 그리고 국악과 세무회계를 전공한 두 딸에게 각기 마케팅, 국악체험 그리고 회계를 맡겨 대물림의 가족경영 체험농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궤짝 미술가의 농원은 아들이 인근 도예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부모와 함께 도자기와 체험농장의 융합을 설계하고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 막내딸은 미술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다래목장 또한 대학에서 축산 전공하고 있는 아들이 승계를 하며 딸도 가족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충북에는 현재 위와 같은 농촌교육농장이 77개소가 육성돼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지식교육을 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진로를 탐색하고 적성을 개발함은 물론 성인들의 힐링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렇듯 농업활동이 이뤄지는 농촌체험 공간은 학교 교육과 연계하여 교실 밖 놀이터로서 그리고 농업인은 생산, 가공, 판매 융복합산업의 선구자로서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는 삶터이다.

또 하나의 색다른 체험‘10회 반딧불 곤충축제’가 오는 6월 7일부터 3일간 충청북도농업기술원에서 열린다. 충북이 곤충산업의 중심지로서 곤충의 무한한 가치를 알리기 위해 개최되는 이번 축제는 농업인과 도시민이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초여름 밤 자연의 빛 반딧불, 나비 등과 함께 새로운 꿈을 꾸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제 농촌은 새로운 세상으로의 변신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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