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익상 한국건강관리협회 충북·세종지부 내과전문의

(동양일보) 홍역은 ‘몹시 애를 먹거나 어려움을 겪다’는 뜻의 ‘홍역을 치르다’라는 관용어를 만들어냈을 정도로 전염성이 매우 높은 감염병이다. 국가의 적극적인 노력 끝에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홍역 퇴치 국가임을 인증 받았지만 올해 첫 홍역 확진 환자가 발생하며 때 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홍역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급성 발진성 바이러스 질환으로 홍역바이러스에 의해서 발생한다. 늦은 겨울부터 봄에 온대 지방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 등의 비말에 의해 공기 전파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염력이 매우 강하다. 예를 들어서 홍역에 감염된 환자가 기침 또는 재채기를 하면 환자에게 노출된 사람 중에서 홍역 면역력이 없는 사람의 10명 중 9명이 감염될 수 있을 정도이다.

홍역바이러스는 환자가 있던 장소를 떠난 후에도 2시간까지 공기 내에 존재할 수 있다. 전염력은 발진이 발생하기 4일 전부터 4일 후까지 있어서 홍역으로 진단되기 전에도 타인에게 전파될 수 있다. 또 홍역바이러스는 태반을 통과하기 때문에 산모가 감염되는 경우에는 태아에게 전염되어서 선천성 홍역을 일으킬 수 있다.

홍역의 잠복기는 7~21일로 평균 10일에서 12일까지이다. 특징적인 증상은 고열, 기침, 콧물, 결막염, 홍반성 반점, 구진의 융합성 발진 및 질병 특유의 점막진 등이며 그 외 증상으로 설사나 중이염, 기관지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홍역을 진단하기 위해선 홍역 유행 정보를 참고해 발진이 있는 발열 환자의 경우 홍역의 가능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확진을 위해서는 의심 환자의 인후나 비강에서 바이러스나 특이유전자를 검출하여 진단하거나 혈액에서 급성 항체 검사 또는 회복기 혈청의 항체가 급성기에 비해서 4배 이상 증가한 것이 확인돼야 한다. 예방접종은 감염질환을 예방하는데 매우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홍역 환자와 접촉한 사람 중 감수성이 있는 사람은 노출 후 72시간 이내에 예방접종을 하면 홍역 질환을 예방하거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예방접종은 소아의 경우 국가 예방접종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1차 접종은 생후 12~15개월, 2차 접종은 만 4~6세에 MMR 백신을 접종한다. 홍역이 유행할 때는 만 4세 이전이라도 1차 접종과 4주 이상의 간격을 두고 2차 접종을 받을 수 있다.

성인의 경우에는 MMR 백신 접종 기록이 없으면서,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또는 풍진에 걸린 적이 없거나, 이에 대한 항체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MMR 백신을 적어도 1회 접종해야 한다. 특히 대학생, 직업교육원생, 의료종사자 및 해외여행자(특히 유럽과 동남아 여행)는 1차 접종과 4주 이상의 간격으로 2차 접종을 실시해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MMR은 바이러스의 활동을 둔화시켜서 사람의 몸 안에서 항체를 만들기 위해 투여하는 약독화 생백신이기 때문에 면역 저하 환자와 임신부는 접종을 금기해야 하며, 여성은 접종 후 4주간 피임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가 예방접종 사업의 안정적 실시로 홍역은 퇴치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으나 주기적으로 해외 유입 홍역의 유행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유입 사례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철저한 예방접종을 통해 홍역의 국내 전파를 최소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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