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시詩의 나라 / 우이도원牛耳桃源 / 찔레꽃 속에 사는 / 그대의 가슴속 / 해종일 / 까막딱따구리와 노는 / 바람과 물소리 / 새벽마다 꿈이 생생生生한 / 한 사내가 끝없이 가고 있는 / 행行과 행行 사이 / 눈 시린 푸른 매화, / 대나무 까맣게 웃고 있는 / 솔밭 옆 마을 / 꽃술이 술꽃으로 피는 / 난정蘭丁의 누옥이 있는 / 말씀으로 서는 마을 / 그곳이 홍해리洪海里인가." (시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홍해리(77) 시인이 최근 시선집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를 발간했다. 그가 발간한 시집 중에서 직접 109편의 시를 골라 엮어낸 것이다. 비교적 최근 발간한 <치매행>, <매화에 이르는 길>,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의 작품은 넣지 않았다.

109편의 시를 고른 이유에 대해 그는 시의 백구(百口)들이 넓고 넓은 바다에서 푸른 하늘을 보며 백구(白鷗)의 향연을 즐기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홍 시인이 시 쓰기에 열중해 온 시간만 해도 50년, 그동안 펴낸 시집만 해도 20여권에 달하지만 그는 아직도 부족함을 느낀다.

홍 시인은 ‘명창정궤의 시를 위하여’ 머리말을 빌어 다시 한번 시인으로서의 소명을 밝힌다. “시인은 양파를 까는 사람이다. 양파의 바닥을 찾아야 한다. 양파의 바닥까지 천착하며 끽고(喫苦)해야 한다. 철저히 벗겨 양파의 시작·씨앗·정수·처음을 찾아야 한다. 늘 처음처럼 시작(始作, 試作, 詩作)해야 한다”는 것.

그는 “첫 시집을 낸 후 5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20권의 시집을 냈으니 적지 않은 양이지만 수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양에 차지 않아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홍 시인은 청주 출생으로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69년 시집 <투망도>로 등단했다.

이 외에도 <화사기>, <무교동>, <우리들의 말>,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대추꽃 초록빛> 등 21권의 시집을 발간했으며 시선집 <洪海里 詩選>, <비타민 시>, <시인이여 詩人이여> 등을 펴냈다. 도서출판 움, 250쪽, 1만5000원.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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