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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를 위한 문화(1)
기고/ ‘우리’를 위한 문화(1)
  • 동양일보
  • 승인 2019.06.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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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동양일보)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칼과 위력(威力)으로 나라를 다스리던 일본, 중국과는 달라 문치(文治)를 화려하게 꽃피운 나라다.

사람을 사람답게 한다는 ‘유학의 정신’과 ‘선비의 길’이 한국문화의 원형질이 아닌가 생각한다.

선비는 문학과 역사, 철학을 아울러 이르는 말인 ‘문사철(文史哲)’을 전공필수로, 시와 서화를 교양으로 삼아 자기완성에 정진했던 사람들이다. 선비는 전인(全人)을 지향했고 골방에서 책만 가까이했던 사람이 아니다.

일평생 심신의 수련에 매진하기도 했고, 건강한 신체가 없으면 선비의 기개를 펼 수 없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살았다.

1907년 국채보상운동 당시 남자들은 담배를 끊고, 여자들은 비녀와 가락지를 국가에 헌납해 나라의 빚을 갚았다.

90년 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쳐왔을 때도 나라의 빚을 갚기 위해 국민들이 집안의 금붙이를 내놓았다.

국가의 위기 앞에 이런 행동들이 나오는 문화적 토양이 무엇일까? 그 근저에는 유교의 교의가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은 10여 년 간 세계 최빈국이었다.

1970년대부터 빠르게 산업화에 성공해 반세기만에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독재 정권을 물리치고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그 배경에는 근검과 투자, 노력, 교육열, 조화로운 인간관계, 자기성찰이라는 유학의 윤리규범이 국민들 무의식속에 잠재돼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운명이나 문화, 또는 저소득국가의 경제발전 요인을 연구하는 개발경제학의 세계적 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한국사회의 유교적 환경은 중국과 일본이라는 나라에 없는 선비문화라는 특유의 문화적 배경이 있다. 한강의 기적도 그런 토양 위에서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도 하고, 문화의 세기라는 말로도 불린다. 그러나 정치·사회적 영역의 담론에서 문화는 늘 뒷전이다. 문화는 국가와 민족의 존재 기반이다.

일제는 전쟁협력 강요를 위해 취한 조선 통치 정책인 내선일체(內鮮一體)를 우리 국민들에게 강요했지만, 일체화되거나 흡수되지 않았다.

우리 국민들 영혼을 빼앗겠다는 심보였지만, 온 백성들이 정신적 독립성을 강건히 지켰기에 끝내 광복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 당시 나라의 경제는 차마 언급할 수준이 못된다. 정치도 전혀 힘을 발휘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나라를 다시 되찾을 수 있던 이유는 오직 민족문화의 고유성과 통합성을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문화는 그렇듯 다름의 근원이자 정체성의 바탕이고, 사회를 끝없이 반복시키고 재생산해내는 근원이기도 하다.

이 사회의 상징체계를 만들어 공동체를 유지하고 존속시키며 생활양식을 끊임없이 재생해 내는 것이 문화의 힘이다.

경제체제는 덧없는 것이고 정치는 강고한 것처럼 보이지만, 때가 되면 쉽게 무너지기도 한다.

하지만 문화만은 아주 질기고 질겨 때론 무섭기까지 하다.

과거 소련 연방을 보면, 정치를 통해 국민을 아무리 하나로 묶으려고 해도 민족과 문화가 다르면 갈라지게 되는 것이 필연이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아무리 소수민족을 위한 포용정책을 편다 해도 민족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중국의 미래를 불안하게 보는 것이다.

그 반대로 우리나라 통일이 필연인 이유는 정치가 아무리 국민들 이념을 갈라놔도 민족과 문화가 같기에 결국에는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통일에 대한 그림은 국민 저마다가 다를 게 분명하다. 국토의 통일을 주장하는 이도 있고, 사람의 통일을 일컫는 민족통일을 외치는 이도 있다.

국체나 정체의 통일인 국가통일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통일은 ‘문화통일’이라고 과감히 주장하고 싶다. 문화는 경제성과를 내기 위한 사회간접자본이다.

특히 현대사회가 맞닥트리는 자본주의(Capitalism) 사회에서는 문화가 경제를 견인하는 요인이다. 사람들은 문화와 경제를 경계가 먼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눠 인식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문화와 가치관이 행동을 결정하고, 그 행동이 경제성과를 결정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문화가 경제의 기반이고, 경제발전의 동인(動因·어떤 사태를 발생시키거나 현상 따위를 변화하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대다수 정치인들이 문화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국가경제나 국가경쟁력의 근본적 대안을 잘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정말 문화예국인지, 그리고 문화강국으로 가는 조건은 어떤 것이 있는 지 문화를 교육의 중심에 두고 나라의 근본을 다시 세워야 한다.

문화는 얻어서 풍요로운 것이 아니라 삶을 자유롭게 해주는 일이어서 반드시 우리 국민들을 위해 융성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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