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온화한 품속입니다 / 명주실 한 타래로도 잴 수 없는 깊이 / 넉넉합니다 // 조금만 더 머물고 싶습니다 / 욕심 과하다고 탓하지 마시고 / 이제야 삶의 진한 맛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 어젯밤 된서리는 꼿꼿한 자존심마저 구부려 놓았습니다. / 당신이 주관하는 시간 위에 / 비굴한 추파를 던집니다 // 생의 연장을 위하여 ” (시 ‘햇살’)



사진작가이자 시인인 오고의(77)씨가 최근 시사집 <빙점의 영혼이여>를 펴냈다. 생로병사 속 삶의 의미를 사진을 찍듯 포착해 섬세하고 다정한 시선으로 풀어낸 책이다.

몇 년 전 암 치료 때 받은 방사선의 부작용으로 얻은 합병증과 허리디스크 등의 병고 속에서도 그는 사진과 시를 놓지 않았고, 모두 95편의 시와 사진들을 엮어 이 책을 발간했다.

‘천당과 지옥 사이’, ‘연잎’, ‘병상일지’, ‘천리향’, ‘햇살’ 등 그의 시는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형식에 얽매이지도 않는다. 단 5행으로 이뤄진 시도 있다.

삶에 대한 애착이나 그리움, 지나온 삶에 대한 아쉬움 등을 꾸밈없이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이 책은 시사집으로 서정적인 시와 함께 다채로운 사진이 수록돼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시인 오고의’의 시 세계뿐 아니라 ‘사진작가 오고의’의 독자적인 사진 세계도 감상할 수 있다. 빛의 반복촬영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도출해내는 실험적 사진은 시와 어울려 신선하고도 이색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시인이기도 한 조철호 동양일보 회장은 발문에서 “살아온 삶의 양태(樣態)처럼 시행(詩行)은 진솔하고 꾸밈이 없다”며 “이 책의 출간이 그 누구의 저서보다 깊은 울림을 주고 있음에 대해 모두는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전했으면 좋겠다”고 썼다.

“20년하고도 한참 쓴, 자식 같은 글을 책으로 엮었다”며 “좋은 글을 선별하려니 힘이 들어 어릴 적 고무신을 던져 길을 가던 그때처럼 눈 감고 골랐다”고 밝혔다.

그는 “특별히 발문을 써주고 책이 인쇄되기까지 돌봐준 동양일보 조철호 회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항상 못난 사람을 지원해 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오 작가는 1943년 청주 출생으로 1964년과 1967년 개인사진전을 가졌다. ‘상당사진관’, ‘예그린 사진관’을 운영했다. 특히 20년간 운영한 예그린 사진관은 충북 지역에서 예술사진을 하는 작가들의 아지트 역할을 했다. 1996년 <문학공간> 시 ‘새벽길’로 등단해 1997년 사진집 <세월은 담을 넘어>을 출간했다. 1999년 도민대상수상(예술부문), 한국사진작가협회 충북지부장 등을 역임했다. 충북사진대전 초대작가이다. 달과소, 207쪽, 1만4000원.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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