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그리움이란 늘 그런 것이다 / 너에게 달려갈 발이 없는 것이다 / 그리하여 너를 향해 오롯이 / 한자리에 앉아있기만 하는 것이다 / 좁혀지지 않는 너와의 거리 / 그 안타까움 씻으려고 / 그믐밤도 하얗게 빛나는 것이다 / 빛나면서 나를 지우는 것이다 / 너를 바라보기 위해 굴러온 / 그 많은 길들을 / 하나씩, 하나씩 녹여내며 / 아프게 사라지는 것이다 / 그런 것이다. 그리움이란 / 사라지면서 완성하는 것이다 / 때 되면 이 자리 / 너는 와서 보아라 // 민들레 한 촉” (시 ‘눈사람’)

장문석(62) 시인이 최근 시집 <내 사랑 도미니카>를 펴냈다.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60여편의 시를 담고 있다.

장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도미니카, 당신은 내 운명”이라고 밝혔다. ‘도미니카’는 “내 화원에 꽃 한 송이 심어 놓고 간” 비가시적이고 절대적인 존재. 이 책은 도미니카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사랑의 노래다.

궁극의 세계에 닿고자 하는 소망을 표제작 ‘내 사랑 도미니카’ 연작시에 담아 보여준다. 하지만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장 시인은 도미니카와의 관계를 ‘지구본’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번 시집의 처음은 ‘예순이 왔다’가 장식했다. 예순이 되어 느낀 심정과 감각을 풀어낸 것이다. 예순의 나이에 접어든 시인이 오래 가꾸어온 시간을 사유하고 탐색하면서 삶과 예술과 존재에 대한 성찰을 하는 작품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김정숙 문학평론가는 “장문석 시의 미덕은 느끼고 생각하는 감정을 미화하거나 과장하지 않는 솔직함에 있다”며 “이번 시집은 ‘도미니카’를 찾아가는 아름답고도 험난한 여정이며, 시간을 사유하는 탐색의 과정”이라고 평했다.

장 시인은 청주 출생으로 1990년 ‘한민족 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잠든 아내 곁에서>, <아주 오래된 흔적>, <꽃 찾으러 간다>, 시산문집 <시가 있는 내 고향, 버들고지>, <인생은 닻이 아니라 돛이다> 등이 있다.

천년의 시작, 148쪽, 1만원.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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