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UPDATED. 2019-09-23 20:44 (월)
동양칼럼 / 우리는 도요타 생산방식을 이길 수 있는가
동양칼럼 / 우리는 도요타 생산방식을 이길 수 있는가
  • 동양일보
  • 승인 2019.08.04 2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대 국회의원
김종대 국회의원

(동양일보) 1997년에 도요타 자동차에 납품되던 P밸브(브레이크용 부품)를 납품하던 계열사인 아이신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재고 부품은 불과 일주일치. 이 기간 중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도요타 자동차 생산 라인 전체가 멈춰야 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야말로 주식회사 일본의 파산이라고 했다. 계열사와 협력업체 대표 전체가 모여들었다. 도요타 측이 해결책을 주문하자 부품 공급사들은 P밸브 설계도와 기술정보 전체를 공개하라고 했다. 즉시 이 요구가 수용되어 그 설계 값에 맞는 대체 생산라인을 찾기 시작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85시간 만에 P밸브 생산이 재개되었다. 이 성공이 ‘협력에 의한 위기관리’라는 도요타식의 집단적 의사결정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또다시 2010년에 전대미문의 리콜 사태는 도요타 본사의 독점적이고 하향적인 의사 결정이 빚어낸 참사였다. 이 사태 후에 도요타는 본사 임원으로 현장으로 재배치하고 소통과 협력의 새로운 혁신으로 나아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현대 자동차의 이익률이 2%대로 추락하는 동안 도요타 자동차는 10%대를 넘어섰다.



최근 일본의 도발로 우리 경제는 뜻하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여 부품과 소재산업에서의 대일 의존을 줄이는 국산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서고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이 자주 만날 조짐이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대기업은 이 경제적 충격을 빌미로 그동안 정부에 요구해왔던 규제완화와 기술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은 물론이고 심지어 상속세율 인하까지 온갖 청구서를 한꺼번에 내밀고 있다. 여기에다 52시간 노동시간 제도를 무력화하는 탄력근무제, 자유계약제까지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다. 이참에 대기업은 정부에 뜯어낼 건 다 뜯어내겠다는 심보다. 마치 그동안 정부가 기업을 지원하지 않아서 일본에 경제 침략을 당한 것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문재인 정부 기간 중에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매년 100조원씩 증가해 왔다. 2016년에 600조원을 상회하던 대기업 사내유보금은 지금 800조원이 넘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대기업 경제가 어려운 적이 없다. 중소기업 경제가 어려웠을 뿐이다. 그런데 이 위기 상황에서도 목소리가 큰 대기업은 여전히 중소기업을 줄 세워 기술을 약탈하는 식민지로 여기고 있다. 대기업의 연간 중소기업 기술탈취는 5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하려고 해도 대기업이 안정적인 구매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삼성의 경우 매년 비정상적 수준의 납품단가 하락, 전속계약으로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 동기를 차단해 왔다. 삼성은 이 위기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 계열사 및 납품업체와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결의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니 납품업체가 삼성을 살리자고 나설 동기가 빈약하다. 이게 바로 도요타와 삼성이 다른 점이다.



부품과 소재 산업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경제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대기업에 의한 수직계열화로 인한 줄 서기 경제, 갑과 을의 권력관계다. 중소기업이 전면에 나서 ‘기술독립군’을 자처하고 공동의 위기극복을 천명하는 집단적 결의가 나와야 한다. 이를 통해 수평적인 협력이 가능한 새로운 경제 생태계로 전환하는 개혁이 대일 종속을 극복하는 길이라는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의 진단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항상 우유부단한 문재인 정부는 진단은 제대로 해 놓고도 대기업에 중소기업과 협력을 도모하는 지도력은 발휘하지 못한다. 그렇게 하면 또 정부가 시장경제에 간섭한다며 보수 언론이 공격할까봐 두려운 것이다. 그러면서 대기업 민원 해결사로 전락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 일 아닌가. 그러면 일본을 이길 수 있는가.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충청대로 103 (율량동)
  • 대표전화 : 043)218-7117
  • 팩스 : 043)218-7447,7557
  • 창간 : 1991-12-29
  • 제보전화 : 043)218-722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원중
  • 명칭 : 동양일보
  • 제호 :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 등록번호 : 충북 가 00003
  • 등록일 : 1991-12-27
  • 발행일 : 1991-12-27
  • 회장 : 조철호
  • 발행/인쇄인 : 유영선
  • 편집인 겸 편집국장 : 김영이
  •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ynews@d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