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범 공주시 기획담당관

조중범  공주시 기획담당관
조중범 공주시 기획담당관

 

[동양일보]살아가면서 잊을 수 없는 일을 꼽으라면 한 두 가지일까만, 직장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했던 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공무원으로서 동료들과 함께한 시간과 일들이 많기에 당연한 것이리라.

2014년으로 기억된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전국적으로 많은 피해가 있었고, 축산인과 공무원 모두 전염병과의 지루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공주시도 주요 도로를 중심으로 여러 곳에 설치된 방역초소에 공무원들이 투입되어 주야로 AI 차단방역에 여념이 없었고, 다행스럽게도 AI가 발생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일이 터지고 말았다. 5월 초 관내 한 양계단지에서 의심증상이 신고되었고, 최종 AI 양성으로 판명된 것이다.

이른 시간 축산담당 부서로부터 연락이 왔다. 당장 살처분을 실시해야 하니 현장에 투입할 인력 150여명을 선발해 달라는 것이었다.

30만 수 정도를 살처분해야 하는 상황으로 기존에 편성해 놓은 인력으로는 부족했고, 살처분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건강체크가 우선 되어야 했기에 임의대로 동원할 수도 없는 막막한 상황이었다.

고민 끝에 청내방송을 통해 시 본청 전 직원을 대회의실로 소집했다. 방송 후 10분이 지나지 않아 많은 동료들이 모여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현재 상황과 협조사항을 설명하고, 보건소 의료팀이 체온 등 건강 체크를 실시한 후 건강에 이상이 없는 동료들은 그 자리에서 투입조로 편성되었다. 투입조로 편성된 동료들은 예방접종을 맞고, 현장 투입 후 1주일간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동료들의 불평이나 항의가 있었으면 그나마 죄스러움을 덜 수 있었을 텐데 동료들의 자세는 너무도 의연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고, 누구도 불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기 등으로 자신이 현장에 투입되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 하기도 했다.

이 날 보여준 동료들의 자세는 나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 그 자체였다. 이런 이유일까? 동료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아무 사고 없이 주어진 일들을 마쳤고, 이후 AI도 소강기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의 확산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5년 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동료들을 현장으로 내몰았던 그 날의 미안함이 크게 남아있다. 또한, 나에게 공무원으로서의 무한한 책임과 자긍심을 가르쳐 준 동료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지금도,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동료들을 보면서 ‘동료들이 내게 가르쳐준 책임과 자긍심을 지키려 힘쓰는지?’‘동료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고 있지나 않은지?’스스로에게 되묻곤 한다.

요란스러운 가을 장맛비와 태풍도 큰 피해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 장맛비와 태풍에 비상근무에 임한 동료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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