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란희 청주시흥덕구 위생팀장

박란희 청주시흥덕구 위생팀장

[동양일보]특별히 잘하는 것도 자잘한 취미도 없는 나에게 소소한 행복과 위로를 주는 식물이 있다. 이름도 생소한 식물을 알게 된 건 오래전 봄맞이 베란다 대청소를 하던 중 구석진 곳에 쌓여 있던 빈 화분에서 곱게 물든 한 줄기 식물이 길게 늘어져 내 눈에 들어오면서부터다.

그 당시 주변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특이한 식물은 아파트 베란다 구석에 방치돼 있던 화분에서 화사한 핑크빛 얼굴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마도 바닥 물청소 때 뿌린 수분과 공중 습기를 흡수하며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적당한 물, 햇빛, 통풍, 영양제 공급이 필요한데 아파트 베란다 구석진 곳에서 보살핌도 없이 몇 년 동안 예쁘게 자란 식물이 너무나 놀랍고 그 긴 생명력에 감탄했다.

순간 나처럼 식물 키우는 데 소질이 없는 사람이 키우기에 딱 적합한 식물이란 생각에 다시는 생명을 죽이지 않겠다는 각오를 하면서 식물을 뽑아 들고 전문가가 운영하는 화원으로 확인하러 갔다.

식물 전문가에게 화초 종류와 이름을 물었더니 ‘다육식물’이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줄기와 잎에 수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식물로,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고 관리만 잘하면 인생을 같이 보낼 수 있을 만큼 생명력이 매우 강한 식물이라는 것에 마음이 끌렸다.

그때 나는 아이들을 키우며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야 출근할 수 있는 먼 거리 직장생활로 매우 지치고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던 터라 심신의 안정과 힐링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앙증맞고 핑크빛으로 물든 다육식물을 보는 순간 위로가 되는 것 같았다.

그 후 다육식물을 취미로 정하고 책을 구입해 나름 전문가가 되기 위한 이론 공부를 하면서 주말마다 다육식물 하우스로 돌아다니며 수집을 했다.

다육식물은 집안 살림, 육아, 맞벌이로 지친 나에게 비교적 관리가 쉽고 콘셉트가 딱 맞는 식물이었다. 무엇보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쉽게 죽지 않는다는 것이 마음에 들어 10년 가까이 나름대로 관리법을 터득하고 수집하면서 지금은 다육식물 마니아가 됐다.

초창기에는 아파트 베란다가 나의 놀이터였다. 한 겨울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엔 동사할까 봐 신문지로 덮어주고 기온을 떨어뜨리기 위해 촛불을 켜 놓기도 하는 등 많은 관심과 열정을 들였는데 지금은 전문시설을 갖춘 다육식물 킵핑장으로 옮겨 관리가 수월해졌다.

식물 마니아들과 커피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소장한 다육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갱년기로 인한 우울감도 사라지고 많은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지인들이 다육이보다 자기를 더 사랑해 달라고 질투 아닌 질투를 하며 관심을 보이면 소장하고 있던 다육을 선물하며 식물 전도사가 된다.

그만큼 다육식물은 인테리어 효과, 미세먼지 정화, 전자파 차단 등 실질적인 효과도 좋지만 무엇보다 반려동물처럼 즉시적인 소통은 없지만 매일 흙이 메마르진 않았는지 구석구석 살펴보며 식물과 함께 하다 보면 심신이 안정되고, 보고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충분히 교감을 주고받을 수 있을 만큼 많은 행복과 위로를 받게 된다.

바쁜 생활로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다육식물이 아니더라도 식물 가꾸기를 통해 생명의 귀중함과 행복을 느끼고 위로받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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