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청주시복대1동행정복지센터 주무관

 
김도영 <청주시복대1동행정복지센터 주무관>
김도영 <청주시복대1동행정복지센터 주무관>

 

[동양일보]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 현재는 슬픈 것 /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러시아 문학가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시(詩)이다.

우리는 누구나 태어나 죽는 삶의 과정을 겪는다. 지나간 어제, 다가오는 내일, 살아가는 오늘의 모든 순간순간은 삶의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나간 어제에 대한 만족과 후회, 다가오는 내일에 대한 희망과 불안, 그리고 살아있는 오늘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알 수 없다. 모든 순간은 하나의 가치만을 주지 않는다. 한순간에도 다양한 가치와 그걸 받아들이는 나 또한 언제나 같지 않다. 그런 사이에 속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혼란 속에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그 혼란 속에서 상처 입기도 한다. 하지만 이 상처에 슬퍼하고 노여워만 하면 안 된다. 푸시킨시의 내용에서 견디며 믿으라는 것은 무한한 긍정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 상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낼지에 대한 나만의 방식을 스스로 찾으려는 의지를 가지는 것이 견디며 믿는 것이다. 이러한 의지를 회복탄력성이라고 할 수 있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란 크고 작은 다양한 역경과 시련과 실패를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튀어 오르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 회복탄력성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 것인가. 각자의 차원에서 각자의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것은 일관적이지 않다.

사회복지 공무원인 내가 맡고 있는 업무는 통합사례관리이다. 통합사례관리는 일반적인 법정 업무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다양한 욕구를 가진 한 개인에 대한 복합적인 개입이 이뤄진다.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욕구를 가지며,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바라는지에 대한 사정을 통해 본인의 자유의지를 바탕으로 관과 민, 여러 기관의 전문가들이 함께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입이 이뤄진다.

그동안 수십 명의 대상자와 함께 했다. 사례 대상자와 함께 할 때 생활 전반에 대한 개입과 한 개인 삶의 회복탄력성을 길러줄 수 있도록 하는 역할에 대한 부담이 크다. 나의 개입으로 그만 살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근력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반대로 살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근력을 길러주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나 또한 마음의 근력을 단련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복탄력성을 기르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역경과 시련이 없는 삶은 없다. 역경과 시련이 없다고 해서 행복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연습을 해야 하며, 마음의 근력을 길러야 한다.

푸시킨의 시처럼 이 지금 지나가는 것들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마시길 바란다.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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