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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세이/ 내 또 다른 이름은 ‘긍정’
동양에세이/ 내 또 다른 이름은 ‘긍정’
  • 동양일보
  • 승인 2019.09.26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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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식 충북도 체육진흥팀장
강창식 충북도 체육진흥팀장

[동양일보]큰 대(大), 꽃부리 영(英) ‘대영’. 성(性)은 모른다.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 유리와 새시업을 하고 혼자 산다고 당구장 박 사장이 귀띔해줬다. 그는 콩팥이 안 좋아 주마다 세 번 정도 병원 투석을 받는다. 그러고 보니 그의 얼굴이 햇볕에 그을린 것처럼 거무스름하다.

머리는 기름 먹인 머리카락으로 뒤로 젖힌 올백이다. 키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아담 사이즈다. 옷은 감각 있게 신세대처럼 입는다. 알록달록 무늬 바지도 즐겨 입고 색깔 있는 티셔츠도 잘 입는 편이다. 신발도 정장 구두보다는 감각 있는 가죽신발을 신는 걸 즐긴다.

아프고부터는 식구들을 멀리하고 독신을 고집했다고 한다. 올해 환갑을 지난 것 같지는 않다. 팔뚝에는 수술 받은 흔적인지 베고 꿰맨 굵은 칼자국이 길게 툭 튀어나와 있다. 그 때문인지 팔도 조금 비틀어져서 온전치 않아 보인다.

그는 당구를 즐긴다. 동네 당구장에 이따금씩 들러서 대대 3구를 친다. 당구 수지는 18점. 당구는 3구를 먼저 배워 4구 실력은 떨어진다. 그렇다고 3구 실력이 월등히 우월한 건 아니다. 잘 칠 때는 겁나게 잘 맞추어도 안 맞을 때는 진도 빼기가 버겁기만 하다.

그의 당구 특기는 뱅크샷이다. 허공에 떠 있는 듯한 공 배치에도 곧잘 뱅크샷으로 적중시킨다. 고점자들도 그의 뱅크샷 만큼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워 준다. 나와도 당구 실력을 몇 번 겨루기도 했다. 더러 내가 이기기도 했지만 얼마 전에는 네 번 연속 지는 수모도 겪었다가 최근 가까스로 두 번을 내리 이기는 행운을 잡기도 했다. 당구 외에도 스포츠 토토나 로또, 프로경기 승리팀 맞추기 상금 이벤트 같은 게임을 즐긴다. 한번만 잘 맞추면 작지만 목돈을 쥘 수 있는 재미가 솔솔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의 장점은 무엇보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을 꼽을 수 있다. ‘긍정’이란 단어를 방에 커다랗게 써서 걸어 놓을 만큼 날마다 순간마다 긍정을 몸에 달고 산다. 어려운 삶의 조건과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붙잡고 밝게 살려고 발부둥치는 것이다. 이를 반영한 듯 그의 목소리는 바리톤 성악가처럼 묵직하고 든든함이 물씬 배어있다. 당구장에서 상대방이 공을 잘 칠 때마다 그가 특유의 묵직한 소리로 “나이스” 외칠 때면 힘이 솟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의 투석은 아마도 삶이 끝날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주마다 세 번씩 받는 병원 투석은 참 고통스럽고 힘겨운 시간임에 틀림없다. 투석 받는 시간도 길고 지루하기만 하다. 아무리 투석기계가 발전되고 성능이 좋아졌다고 해도 내 몸속 콩팥만 못할 것이다.

힘겹고 어려운 삶에도 긍정과 희망만큼은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는 그의 삶을 보면서 자못 큰 울림이 느껴진다. 사실 소시민에게는 이순신이나 세종대왕처럼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들의 삶은 왠지 나와는 관계없고 거리가 멀어 보인다.

평범하지만 비범함이 배어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 약함 속에 강함을 품고 사는 사람, 사람 사는 냄새가 짙게 풍기는 사람. 그런 사람들에게서 이순신, 세종대왕과 같은 위대함을 발견하는 것은 행복한 일 중 하나이다.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는 “고통을 면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에 힘쓸 의무가 있다”고 했다. 고통을 면한 사람이 아닐지라도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여유와 아량을 베푸는 일은 행복한 삶의 필수 조건이다.

그의 삶을 본보기 삼아 그동안의 내 잘못된 행동이나 그릇된 생각을 고쳐 나갈 수 있다면 작지만 위대한 사람 반열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으리라.

대영 형님의 그 밝고 희망찬 앞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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