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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세이/ 삶의 쉼표, 혼자만의 시간 갖기
동양에세이/ 삶의 쉼표, 혼자만의 시간 갖기
  • 동양일보
  • 승인 2019.10.03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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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청주시흥덕구주민복지과 주무관
김현지 청주시흥덕구주민복지과 주무관

[동양일보]난생처음 혼자만의 여행을 다녀왔다.

20대부터 혼자의 시간을 즐긴 나는 혼자 영화 보는 것도 어색하지 않고, 혼자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는 것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는 편이다. 혼자 하는 것 중에 지금까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자취생활과 혼자 여행하는 것이다.

한 아이의 엄마이기에 자취생활은 평생 못할 것 같고, 혼자 여행하는 것은 예전부터 꿈꿔왔지만 선뜻 마음먹지 못했다. 그러다 얼마 전 동료 직원이 주말을 이용해 혼자 제주도 올레길을 다녀왔다는 얘기에 용기를 갖고 도전했다.

우선 목적지는 제주도로 정하고 항공권․렌터카․숙소를 묶은 패키지 상품을 예약했다. 혼자 여행을 간다고 하면 가족들이 못 가게 할 것이 뻔해 ‘워크숍을 가게 됐다’고 했다.

휴,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된다.

막상 여행을 떠난다고 하니 설레기도 하면서, 낯선 곳에서 운전하다 길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혼자 여행하다 나쁜 일이라도 당하면 어쩌지 싶어 두려움도 생겼다. 그래도 어디를 갈지, 또 어떤 음식을 먹을지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계획을 짜는 그 시간이 무척 소중하고 행복했다.

내일이면 드디어 출발이다. 갔다 오면 쌓여 있을 업무와 엄마 없이 아빠와 시간을 보낼 아이 생각을 하니 걱정이 되기도 하고, 마음이 불안하다.

비행기가 출발하고 어느덧 제주공항에 도착, 렌터카를 찾고 운전석에 앉으니 이제 혼자 여행 온 것이 실감이 난다. 어디를 갈지도 정하지 못했는데, 시장기가 밀려온다. 공항 근처 유명하다는 전복 김밥 집을 찾아 나선다. 내비게이션이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김밥 집은 보이지 않는다. 행인에게 물으니 저쪽으로 가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바로 코앞에 두고도 못 찾다니, 길을 잘 찾아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다.

숙소에 가서 짐을 풀고 근처 식물원을 찾았다. 평일인데도 예쁜 원피스를 입고 사진을 찍는 연인들과 가족들이 가득하다. 나만 혼자인 것 같아 잠시 위축되기도 했으나 이내 달콤한 꽃향기를 따라가니 수국을 비롯한 아름다운 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발걸음도 사뿐, 허브차를 마신 것처럼 기분이 산뜻해진다. 몇 년 만에 느껴 보는 혼자만의 무념무상 평안의 시간이다.

이번 여행은 욕심내며 많은 관광지를 다니는 것은 지양하고, 평소 가보고 싶었던 영화 속 배경이 됐던 카페, 미술관,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다 보니 그동안 걱정과 바쁨으로 잊고 지냈던 본연의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무엇을 하면 행복한지, 앞으로 어떤 가치에 중점을 두고 살아가야 하는지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었던, 삶에 쉼표를 찍었던 시간이었다.

어느덧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워크숍으로 위장한 혼자만의 여행이 무사히 끝나 안도하면서도, 내일부터 전쟁 같은 삶의 현장에 뛰어들 생각을 하니 걱정이 한 가득이지만 그래도 살아 숨 쉬는 내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지만은 않다. 또 다른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더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다음엔 더 용기를 내어 외국의 어느 도시로 혼자 떠나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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