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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세이/ 느림의 미학
동양에세이/ 느림의 미학
  • 동양일보
  • 승인 2019.10.06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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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언 청주시흥덕구민원지적과 주무관
김지언 청주시흥덕구민원지적과 주무관

[동양일보]우리는 요즘 너무나 복잡한 사회에 살고 있다.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해 일에 집중을 못하고 좌불안석인 사람을 주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정보의 바다에 빠진지는 이미 오래다. 자리에 앉아서는 컴퓨터를 봐야 하고 자리를 나서서는 휴대폰을 봐야 하고 만남의 자리에서는 기다리는 동안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봐야 하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오히려 멀뚱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하는 이를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예전엔 아이들이 떼를 쓰면 엄마들이 어쩔 수 없이 업어주거나 달래거나 혼을 내거나 먹을 것을 입에 물려 안정을 찾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휴대폰이면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아이가 직접 엄마 휴대폰을 보고자 떼를 쓰기도 한다. 참 많이도 편해진 세상이다. 그렇다고 아이 보는 일이 만만해진 건 절대로 아니다. 어쩌면 더 어려워진 것인지도 모른다. 빠르게 변하는 IT 세상에 맞춰진 휴대폰 기능을 어찌 다 때마다 바꿀 수 있겠는가.

예전에 고등학생이 말썽을 피우면 질풍노도의 시기라 해 사춘기를 거칠게 지나나 보다 하고 이해를 했다면 얼마 전에는 ‘중2 병’이라는 표현으로 사춘기가 어려졌다고 했다. 지금은 어떤가? 초등학교 4학년이면 사춘기가 시작된다고 한다. 세월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무섭기까지 하다. 아이들의 감성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내 감정도 때로는 모르겠는데 말이다.

너무 늦지 않았나 염려는 되나 이제라도 느림의 미학을 조금씩이라도 습관이 될 수 있게 정서의 변화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너무 빠른 세상에서만 살다 보니 내가 보이지 않고, 내 가족이 보이지 않고, 내 이웃이 보이지 않는다. 나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사고가 팽배해 있어 가장 많은 민원이 발생하는 사안 중 불법 주정차, 불법 쓰레기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사회다. 그래서 나만을 생각하는 사회에 놓여 있다고 착각에 빠졌을 수도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그것은 나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니라 나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무질서한 행동에 의한 것일 뿐이다. 나를 바라보는 시각이란 진정으로 나를 들여다보는 시각을 말한 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고, 나는 무엇을 위해 뛰고 있고, 나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말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참으로 열심히들 산다. 이들에게 잠시 한 발짝만이라도 늦춰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서 내가 가는 목적지가 어디고 그 목적지 주변에는 음식점이 있는지, 철물점이 있는지 살펴도 보고 그 음식점은 어떤 음식을 하는 곳인지, 그 음식의 맛은 어떨지 상상도 해 보면서 말이다.

꽤 오래전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한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엄청난 인기를 얻어 너도 나도 많이 읽었다. 지금의 사회도 책의 제목처럼 그러한지는 모르겠다. 정보의 홍수 속에 나에게 필요한 진정한 정보를 찾아 간추리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선택을 해야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는 많으나 정작 나에게 필요한 정보가 없다면 그것은 쓰레기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정보를 찾으려면 컴퓨터와 무조건 씨름한다고 얻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컴퓨터와 제대로 된 놀이를 시작해야 한다. 진실게임을. 나에게 꼭 맞는 진실게임. 느림의 미학을 접목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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