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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빨리빨리’에 짓밟힌 우리의 안전
프리즘/ ‘빨리빨리’에 짓밟힌 우리의 안전
  • 동양일보
  • 승인 2019.10.16 2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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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 제천경찰서 경비교통과 교통관리계장
정진홍 제천경찰서 경비교통과 교통관리계장 경위

[동양일보]우리나라의 근대사를 돌아보면 누구나 떠올리는 단어, 외국인들이 오면 ‘안녕하세요’와 함께 제일먼저 배우는 단어, 6.25 전쟁 후 극도로 피폐해진 우리나라의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가난한 우리 대한민국의 경제부흥에 지대한 공을 세운 단어 ‘빨리 빨리’ 이 단어에 대한 수식어에 감히 아니라고 반박할 사람이 있을까?

그러다보니 이 ‘빨리빨리’는 이제 우리 한국사회에서는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웹사이트가 3초안에 안 열리면 F5 연타 or 닫는다’, ‘자판기 안의 컵을 잡고 음료가 나오길 기다린다’,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숨 가쁘게 연타 한다’등 외국인이 놀라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소개되고 있을 정도다.

내 주변에는 ‘빨리빨리’가 없을까? 배달 음식점에 음식을 주문하고 독촉전화를 해서 빨리빨리를 외쳐보지 않은 사람이 몇 사람 될까?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 이 ‘빨리빨리’ 가 과연 내 생활에는 어떤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는 이 단어의 독성에 중독되어 중요한 것을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오래전을 떠올리지 않아도 지하철을 정비하던 20대 청년이 전동차에 끼어 사망한 사건도 결국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에서 출발한 것이 아닐까?

우리는 일상에서 비상깜빡이를 켠 채 차선은 물론 제멋대로 신호를 위반해 교차로를 통과하는 배달오토바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배달오토바이들은 사실 청소년들의 로망의 아르바이트 자리였다. 그토록 타고 싶어하던 오토바이를 원 없이 타면서 돈도 벌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아르바이트는 없다.

그러나 아르바이트생들의 교통사고와 금전사고가 많아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배달대행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이 하나 들 생겨나기 시작했고 오토바이들의 배기량도 커지고 종사자들의 연령대도 점차 올라갔다.

그 때문에 예전보다는 법규준수율도 높아지고 크고 작은 사고가 줄어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토바이는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승용차와는 달리 이륜차들은 안전모 외에는 안전장구가 없기 때문이다. 시속 60㎞로 달리는 차가 충돌하면 8층 높이에서 떨어지는 것과 같은 충격이 있다는 보고서가 있다.

그러면 오토바이는 그 충격에 맨몸으로 노출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무심결에 독촉전화를 걸어 빨리빨리를 외친다.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잘못된 운전습관도 분명히 바로잡아야 할 요소이다. 하지만 신호를 위반해 내달리는 오토바이 운전자들을 보면서 과연 그것이 그들만의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가 그들을 위험으로 내모는 한 원인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얼마 전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상태로 투병 중 뇌사판정을 받고 장기기증이라는 아름다운 마무리로 생을 마감한 젊은 청년의 사고를 지켜보면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세계에서 놀랄만한 성장과 발전 속에서 우리가 안전이라는 정말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때이다.

‘안전!’ 누구에게나 중요한 가치임에도 ‘빨리빨리’에 짓밟힌 채 사는 것 조차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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