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숙 홍성교육지원청 교사

최경숙  홍성교육지원청 교사
최경숙 홍성교육지원청 교사

 

[동양일보]나는 초등 단기수업지원교사다.

아침, 나는 늘 새로운 교사가 되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 낯선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처음 만나는 반짝임으로 가득 찬 눈빛들을 마주한다. 마치 새 학년, 새 교실에서 새 학생들을 만나는 것처럼…….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고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약간의 떨림과 염려 등은 저만치 가려 놓고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나눈다. 교실에 있는 모든 것이 낯설지만 마치 전혀 낯설지 않는 듯한 태연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어김없이 이 새로움과 낯섦이 익숙해 질 즈음이면 살짝 자리 잡았다 떠나는 이처럼 모든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 놓고 살포시 문을 닫고 교실을 나선다.

“선생님은 어느 학교 선생님이세요?”

학교를 방문하면 아이들에게서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다.

“선생님은 홍성군에 있는 모든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선생님이랍니다.”

“선생님, 그럼 △△초등학교도 가봤어요? 거기 내 친구 ○○이도 아세요?”

호호 웃음을 지으며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어색한 기운은 어느덧 저만치 사라져간다 .

내 기억 속에는 그동안 만났던 수 많은 어린이들이 하늘의 별처럼 총총 빛나고 있다. 한 낯선 학교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릴 때 삼삼오오 창문 밖을 내다보며 새로운 일주일 담임선생님이 누구일까 하는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의 얼굴들.

세상을 터뜨리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아빠가 되신 한 선생님을 대신해 어느 학교를 찾게 된 첫 날이었다. 일주일 동안 담임이 되어 줄 나를 느낌으로 알아차리고는 발 빠르게 교실을 안내하던 한 작은 학교의 밝고 즐거운 기운이 넘쳐나던 매너남 어린이.

“처음에는 선생님과 정들지 몰랐는데, 벌써 일주일이 지나가 버렸네요.” 유난히 마음을 쉽사리 열어 주지 않던 한 학급의 살짝 까칠했던 어린이.

해 준 것은 함께 있어 준 것 밖에 없는데, 꼬깃꼬깃 접은 편지 속에 나보다 훨씬 이쁜 인형 같은 사람을 그려 놓고 ‘선생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며 예쁜 고백을 해주던 그 귀엽고 사랑스러운 친구들.

내 기억 속에는 감사의 일기가 채워지고 있다.

늘 새 학기를 맞이하는 마음으로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 때로는 나란히 두 개 붙어 있는 책상만이 놓여 있는 교실에서 두 명의 어린이들을 만나기도 하고, 빼곡히 들어차 있는 책상주인이 30명씩이나 있는 교실의 어린이들을 만난다는 것이 늘 설레고 감사하다. 앞니가 들랑날랑하는 1학년 어린 학생부터 내 키보다 훌쩍 넘어선 제법 어른스러운 6학년까지 모두 저마다의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소중한 친구들을 만나서 감사하다. 때로는 과학, 음악, 영어전담교사가 되기도 하는 다채로운 삶을 허락받았음이 감사하다. 학교지원을 마치고 나설 때마다 내 마음에 이렇게 행복한 감사가 넘쳐나는데 나는 되레 내가 할 일을 한 것에 대해 듣기에 송구한 감사의 인사를 돌려 받곤 한다.

사실은 어느 학교와 교사와 학생들의 필요에 지원교사이라는 이름으로 살아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되었건 일주일이 되었건 그들과 함께 한 소중한 시간들로 인해 내가 감사할 이유들이 훨씬 많음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 .

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어린이들을 여러 학교, 수십 학급, 수백 명의 어린이들을 한 해 동안 다 만날 수 있는 흔하지 않는 교사의 삶을 허락받은 나.

그래서, 나는 행복한 초등단기수업지원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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