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길 충북남부보훈지청 이동보훈팀장

정승길 충북남부보훈지청 이동보훈팀장

[동양일보]공직생활 41년 마감을 앞두고 이 시대 민족적 과제인 ‘평화통일’에 관심이 커졌다. 통일단체 회원에 동시 가입하고 가두캠페인, 의병대회, 통일교육 활동 등에 의미를 갖고 공로연수 기간을 보냈다. 그러나 통일문제는 내 의지대로만 흘러갈 수 없다는 한계를 깨달았다. 조급함보다 통일을 목표로 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 괴롭지 않다는 마음이다.

그러던 중 올해 초 인사혁신처가 전국 퇴직공무원을 대상으로 각 부처별 사회공헌사업자를 공모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동안 국가의 녹을 받아 생활했으므로 퇴직 후 3년 간 국민들에게 무료로 봉사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였다.

퇴직 전 기관이던 국가보훈처 충북남부보훈지청에 이동보훈팀 운영을 위한 팀장 모집에 응모한 결과 다행스럽게 합격, 신규 위촉됐다. 40여 년간 보훈업무에 대한 전문지식과 소중한 경험으로 국민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너무나 큰 행운이라 할 수 있으리라.

지난 5월 13일부터 보은·옥천·영동과 진천군 보훈회관 등에 매달 1~2회 찾아가서 유공자분들과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자세히 설명해 드리면서 공헌과 봉사를 시작했다.

작게는 국가유공자증 재발급부터 국가유공자 등록신청, 국립묘지안장신청 및 복지카드 발급 등 유공자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모든 일을 가리지 않고 그 분들의 눈높이에 맞게 해결해 서로의 감사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었고, 국가와 보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특히 고령으로 어려워하시는 인터넷으로 신청하는 민원은 자녀를 대신해 처리하며 번거로운 과정을 줄여 뿌듯했다.

아쉬움도 있었다. 지난 국정감사 기간 중 전국에서 충북 도내 보훈지청마다 근무하는 각 1명의 이동보훈팀장만으로는 유공자 수에 비해 인력이 절대 부족해 보훈행정서비스를 만족하게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모 국회의원의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보훈처 업무처리지침으로는 참전유공자께서 사망하면 관리대상에서 제외한다. 그러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사망한 참전유공자의 배우자에게 참전명예수당을 매월 약 5만원씩 지급하고 있음을 착안, 제적 처리된 참전유공자 등록자기록철을 일일이 확인해 1100여 명의 미망인의 생존 여부와 주소를 확인했고, 신청 안내가 가능하도록 해당 지자체에 명단을 통보해 지급받을 수 있도록 정성을 다했다.

또 갑작스러운 생활 곤란으로 단전, 건강보험료 체납, 병원 입·퇴원, 기초 수급 탈락 등의 가정을 전화 또는 방문을 통해 이를 확인하고 지원책을 모색했다. 중상이자와 저소득 국가유공자 자택에 추석 명절 선물과 호국영웅기장을 전수하기도 했다. 군부대 노후주택 개·보수 지원대상자 선정 확인 등에도 서슴없이 ‘보훈보비스’ 운전요원과 함께 현장을 방문해 ‘5분 대기조’라 불릴 만큼 현직 공무원들의 일손을 덜어 주었다.

이 퇴직자 노하우플러스 사업도 다음달인 12월 중순이나 말에는 접게 되지만, 나의 입장에서는 올해 한 해 현직 때보다 더 현장을 뛰면서 다양한 업무를 민원인의 입장에서 도와 드렸고, 후배 공무원들에겐 사무실에서 전념할 수 있도록 외부 일을 최대한 도맡아 처리한 보람이 있다.

앞으로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 좋은 제도를 벤치마킹해 보는 것도 좋겠다. 지역사회에서 퇴직 공무원의 기술과 체험을 살려서 명실상부한 민원인의 손발이 될 수 있도록 사회 공헌과 나라 발전의 기회를 제공했으면 좋겠다는 희망과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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