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김현지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동양일보]민간단체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내가 공무원으로 전향한 이유는 안정성 때문이었다. 직장이 튼튼하고 안정적이면, 열심히 일만 하면 걱정거리가 없어질 줄 알았다. 삶이 그지없이 평탄하면 좋으련만 내 삶은 그리 평탄하지 못하고 매 순간순간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수능시험을 망쳐 원하는 학교와 학과에 진학할 수 없었고, 대학을 졸업하고 몇 십 군데 이력서를 내고 어렵게 취업했지만, 처음 2년간은 계약직이었다. 연애도 제대로 풀리지 않아 열 번 가까이 소개팅을 해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결혼 후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공무원 수험생활에 뛰어들었는데 첫 번째 시험에서 면접까지 갔다 불합격하고, 그 다음해 최종 합격했다. 또 임신과 출산도 결혼 6년 만에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까지 마음고생을 한 다음에 이뤄졌다. 남들보다 어렵게 얻은 결실이라 기쁨이 더 컸기에 그래도 감사한 마음이었다.

여기서 고난이 끝나면 좋으련만 6년 전 여름, 인생에서 가장 큰 고난을 겪었다. 10년 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출산 후 건강검진을 하면서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질환을 알게 됐다.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치료법도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그동안 내가 살아온 것이 덧없고 허무하게만 느껴졌다. 어차피 인생은 죽음을 향해 달리는 것이지만, 왜 하필 나에게 이런 고난이 오나 싶어서 삶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밤에도 잠을 못 이루고, 아침에 잠을 깨는 그 순간이 정말 지옥에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어서 그냥 이대로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난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는데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사람들에게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그래, 너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고, 억울한 것 이해하니 힘을 내.”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그때 가족들과 친구들의 위안이 나에게 큰 힘이 됐다. 내가 걱정하고 근심한다고 달라지지 않는 것이라면 앞으로의 인생을 좀 더 잘 살아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볼 수 있고, 표현할 수 있고, 평범한 일상을 내 사랑하는 가족과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깨닫게 됐기에 오히려 내 삶에 감사한 고난이 됐다.

삶의 고난이 여기서 끝나면 좋으련만 지금도 계속해서 걱정거리와 힘든 순간을 직면하며 살아가고 있다. 당장은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삶의 어려운 순간도 견딜 만한 것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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