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주현 청주시 상당구 행정지원과 주무관

엄주현 청주시 상당구 행정지원과 주무관

[동양일보]서른일곱에 드디어 아버지가 됐다. 친구들보다는 조금 늦은 나이에 갖게 된 첫아이라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고 아기가 울고 자고 하는 모습 하나하나가 정말 예쁘고 감동이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먹이고 달래고 재우고 씻기느라 잠도 못 자고 육아로 인해 육체적으로는 너무나 고됐던 200일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기를 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200일이었다.

하지만 금전적인 문제로 봤을 때 아기를 키우기가 쉽지는 않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 수많은 검사들과 아기가 출산할 때 발생한 병원비와 출산 후 기저귀, 분유, 옷, 유모차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 문제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가계 수입의 변화다. 수입이 반으로 줄어들고 입은 하나 더 늘었으니 매달 가계적자가 계속돼 저축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된다. 아기를 누군가 전담해 봐주지 않는 이상 다시 맞벌이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결국 부부 둘 중 하나는 아기가 어린이집에 갈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까지 전담해 돌봐야 하니 줄어든 수입에 맞추기 위해 우리 부부의 여가를 위한 소비를 줄이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소비 태도인 ‘욜로’라는 말이 한참 유행했다. 한 번뿐인 인생이니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겠다는 의미의 말이지만 우리 부부와 같이 아기를 키우고 있는 일반적인 부부에게는 너무도 거리가 있는 말이다. 최근에 자신의 삶의 질을 위해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도, 결혼을 하지 않는 청년들도 많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2018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1명이 채 되지 않는 0.98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 출산율 2.1명에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실제로 주변 친구들을 봐도 둘째를 낳았거나 날 예정이 있는 경우가 무척이나 드물다.

다섯 남매의 막내로 항상 북적거리는 집에서 살아서 아이는 셋 이상 낳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그런 생각은 결혼 후 두 명으로, 아기를 실제로 낳은 후에는 둘째를 낳아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지금 생각으로는 우리 부부도 인구 감소에 큰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전의 우리 어머니 할머니 세대처럼 많은 것을 포기하고자 하면 두 명, 세 명, 그 이상도 낳아서 우리 아이에게 내가 어렸을 때처럼 가족들이 북적거리는 행복을 느끼게 해줄 수 있겠지만 현실은 어렵다.

‘사람은 제 먹을 것을 다 갖고 나온다’라는 옛말이 있는데 오늘날에는 이 말을 적용하기 어려운 것 같다. 행복을 나 자신의 여가생활에 중점을 둘 것이냐 아이를 키우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우리 부부의 현재 여가생활과 후에 점점 길어지게 될 노후생활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보니 마냥 아이를 위해서 다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이에게도 두 명, 세 명에게 갈 부모의 물질적인 사랑이 한 명에게 몰아줬을 때 더 크지 않을까.

조금 더 현실적인 출산 장려 정책이 필요한 것 같다. 아이를 낳으면 지원해 주는 각 지자체의 금전적‧물질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예비부부나 결혼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신혼부부들의 인식 변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과 금전적인 문제로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 문제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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