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숙류 태평무 보급과 발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할 것”

박재희 명예교수가 국가무형문화재 92호 한영숙류 태평무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았다. 지난 12일 동양일보를 방문해 이 소식을 전했다.

국가무형문화재 92호 한영숙류 태평무 예능보유자 인정



“기쁜 마음에 앞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앞으로 한영숙 선생님의 태평무를 어떻게 보급하고 발전시킬 것인 지에 대한 고민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간단하게 한마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네요”

한국 무용계의 큰 나무, 박재희(69·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청주대 명예교수가 국가무형문화재 92호 한영숙류 태평무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았다. 한영숙류 태평무 예능보유자 인정은 국내 무용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무용 인생 56년, 어느 덧 한영숙 선생보다도 더 한영숙류 태평무를 많이 선보인 최고의 춤꾼으로 우뚝 서 있는 그에게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이 소식에 충북 무용계는 기대감에 한껏 달아올랐다. 오는 23일 인증서를 받게 되면 태평무의 맥을 잇기 위한 그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역 무용계 역시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 교수는 1973년 한영숙 선생으로부터 직접 태평무를 전수 받은 주인공이다. 고 한영숙(1920~1989년) 선생은 중요무형문화재 27호 승무기예능보유자이자 한국 무용의 아버지 고 한성준(1874~1942년) 옹의 손녀로 그의 춤을 계승한 전통무용의 선구자다. 88서울올림픽 폐막식에서 선보인 살풀이 독무 무대로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전설의 무용가이기도 하다.

박 교수는 “1973년 당시 한영숙 선생의 승무 공연을 보러 갔는데, 이날 선생이 승무 무대 외에도 태평무 무대를 선보이는 것이 아니겠는가”라며 “태평무를 무대에서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그대로 매료되고 말았다”고 회상했다.

단아하지만 기개가 넘치는 자태, 다양한 장단에 맞춘 독특한 발디딤, 궁중무용 특유의 절제미에 민속무용의 흥과 신명을 더한 품격있는 이 특별한 춤에 그는 무용가로서의 사활을 걸 수 밖에 없었다.

꾸준히 한영숙 선생과 교류하며 태평무를 전수 받았고, 그의 부단한 노력을 거쳐 한영숙류 태평무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왔다. 그는 한영숙 선생에게 태평무 외에도 승무를 전수받아 1975년 중요무형문화재 27호 승무의 전수장학생 선정, 1980년 승무 이수자가 됐다.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춘천에서 유년기를 보낸 그는 춘천여중 재학시절 본격적으로 무용을 시작했고 서울 수도여고와 이화여대 무용과,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한국무용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런 그에게 청주는 제2의 고향이다. 1982년 청주대 무용학과 교수로 부임하면서 청주와 인연을 맺은 이후 선배 무용가로서, 스승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갔다. 무용과 졸업생이 처음 배출된 1985년에 ‘박재희 새암무용단’을 꾸렸고 2000년에는 자신의 호 ‘벽파’를 붙인 ‘벽파춤연구회’를 창립했다. 그 시절 동안 무용의 불모지였던 청주에 춤의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그는 “태평무는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한성준 옹이 나라의 독립과 태평성대를 염원하며 창안했고 한영숙 선생이 춤 형식을 가다듬어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민족정신이 깃든 춤”이라며 “현재의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발전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미래지향적인 마음을 담아 태평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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