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정래수 기자]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김희탁 교수와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 공동 연구팀이 전지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전기가 흐르게 하는 액체인 전해질을 물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아연-브롬 전지는 전기화학 소자의 핵심 부품인 멤브레인을 사용하지 않고도 에너지 효율 80% 이상을 유지하면서 1000번 이상 구동된다.

김상욱 교수는 "차세대 물 기반 전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나노소재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 전지는 발화성 유기 전해액 및 리튬계 소재로 인한 발화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와 달리 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아연-브롬 전지는 발화 가능성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단 아연-브롬 전지는 브롬이 아연과 반응해 전지 수명을 단축시키는 한계를 갖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브롬의 이동을 차단하는 ‘멤브레인’ 기술이 나왔으나 비싼 가격과 출력 저하 등 단점이 있다.

김희탁.김상욱 교수 연구팀은 기존 전극의 기능에 멤브레인과 첨가제가 담당하던 브롬을 포획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새 전지를 개발했다.

질소가 삽입된 미세기공 구조를 전극 표면에 도입해 비극성 브롬을 극성 폴리브롬화물로 전환한 뒤 질소 도핑 카본과 폴리브롬화물간 상호 작용을 통해 폴리브롬화물을 기공 내부에 고정한 것이다.

그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아연-브롬 전지는 리튬-이온 전지보다 45배 저렴할 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 83% 이상을 보이며 1천 사이클 이상 운전이 가능했다. 멤브레인의 기능을 전극으로 대체해 가격과 효율을 높였다.

김희탁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인 에너지저장장치의 개발이 가속화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주혁 박사과정과 변예린 박사후연구원이 공동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지난해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12월 27일자 표지논문에 선정됐다. 정래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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