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동양일보]새해 교수사회가 내 놓은 화두는 공명지조(共命之鳥)다.

한쪽이 없어지면 내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같이 죽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나라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야 제작기 다르겠지만 국민 모두의 가슴 속은 동트기 전 어둠처럼 어둡다.

여야, 진보와 보수, 너나할 것 없이 양자 모두가 모종의 분노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 사회 전반에서 표출되고 있는 분노의 원인은 역사의 거울에 비춰봐야 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파국은 고속성장에 따른 물질주의와 탐욕, 성과중심주의와 권력만능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얼마 전 영원한 재야인사 장기표 선생과 이언주 의원이 한반도의 배꼽이라고 자부하는 도시, 충주에서 시국토론을 벌였다.

장기표 선생의 현 정치사회 문제에 대한 분석과 식견은 정치 담론을 넘어 문화와 종교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멈추는 지점이 없었다.

사람들은 대개 민주화운동 신화를 통해 그를 인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온갖 고초를 겪었음에도 민주화 보상금도 마다했던 독야청청의 인사로만 알고 있었는데, 두 사람의 토론을 듣고 새로운 문명시대를 열고자 하는 그의 거대한 청사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근자에 이어졌던 정치인 삭발의 시초였던 이언주 의원도 기존의 정치 구도로는 새 시대의 대한민국을 구할 수가 없고,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새로운 정치질서에 맞는 의식 있는 젊은 정치세력이 등장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였다.

이렇듯 정치 토론의 키워드로 새 정치, 새 질서, 신문명이 운위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연전에 읽었던 서울대 권영걸 교수의 저서 <신문명디자인>이 생각났다.

디자인을 연구하는 학자인 그의 시각도 워낙 광활하여, 정치와 문화를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어 설명하고 있다.

미래 인류사회가 몰고 올 전례 없는 격변을 신문명이라고 규정하면서, 정치, 사회, 문화의 모든 국면에서 격변에 대응하지 못하는 항목들은 모두 도태된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충격을 받았었다.

한국사회도 예외 없이 정치와 경제가, 과학기술과 문화의 영향으로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산업의 모든 국면을 넘어, 정치의 여러 영역까지도 대체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신경조직과 같이 정보화도 네트워크를 통해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는 지속불가능성 문제를 실시간으로 인지시켜 그 심각성을 깨닫게 하는 경보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 신경체계로서의 정보 인프라는 인류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인간과 디지털 기술이 깊숙이 공존하는 도시, 전자정부의 e-Governance, 예술생산에까지 침범하는 인공지능, 재택근무의 보편화, 여가소비행태의 변화, 말과 몸짓에 반응하는 도구와 제품 등이 우리의 문화를 통째로 바꾸어 나갈 것이다.

이언주 의원이 정치를 엄부(嚴父) 즉 엄격한 아버지로, 종교를 자모(慈母) 즉 인자한 어머니로 표현 했듯이, 정치는 날로 살벌해지고, 디지털 기술혁명이 정치의 지형을 급속히 바꾸어 나가고 있지만, 우리는 디지털의 성과를 선용하여 건강한 신세계를 여는 글로벌 문화 혁명을 선도해야 한다.

정치의 문화화, 사회의 문화적 전환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는 욕망을 숭배하는 경쟁과 개발의 문명에서, 자연과 인간에 대한 윤리에 기반을 둔 ‘신문명’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그것은 우리들이 ‘모두를 위한 문화’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가질 때 도달할 수 있는 시대적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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