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리 <청주시 하천방재과 주무관>

김나리 <청주시 하천방재과 주무관>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천천히 엄마가 되어간다

김나리 <청주시 하천방재과 주무관>



내겐 두 아이가 있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보석 같은 그런 존재다.

남들도 다 자식을 키우니 저절로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매 순간순간이 어렵고, 헛갈렸다. 나는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아이는 2시간이 채 안 돼 깨어나곤 해서 잠을 설치고 피곤했다. 나는 아이의 밥줄이기에 한 몸처럼 움직여야 했다. 어딜 가든 데리고 가야 하고 외출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어느 날은 혼자 병원에 갔는데 집에서 빨리 오라고 전화가 오고 난리가 났다. 아이가 울다 지쳐 잔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힘든 시기였다. 시간이 흘러 이제 좀 수월해지나 했지만 아니었다. 우리 아이는 남보다 늦는 게 일상이었고 밥을 잘 먹지 않아 애를 태웠다. 요즘은 때가 되면 병원에서 영유아 검진을 하는데, 키와 몸무게가 등수로 표기된다. 영유아 검진 결과는 아이를 보살피는 엄마의 등수를 매기는 성적표로 느껴졌다.

아이들은 커서 초등학생이 됐다. 아직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이라 온갖 사소한 부분에서도 신경이 쓰인다. 한글을 배우면서는 다른 아이보다 늦어 속이 상했고, 참관수업에 참여하는 날에는 발표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아이 때문에 조바심이 났다. 늘 부모 곁에서 어리광만 부릴 것 같았던 아이들이 언제부터인가 주장이 강해지고 화도 내면서 감정 표현을 곧잘 한다.

아이가 자란다는 것이 시나브로 몸으로 느껴진다. ‘내가 저 나이 때에도 그랬나?’싶지만 때로는 나의 모습을 쏙 빼닮은 모습에 새삼 놀랍다. 유전자의 힘은 대단하다.

험난한 세상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게 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나무가 돼 도와주는 것이 현실적이며 바람직하지 않을까.

양육의 핵심은 아이들마다 타고난 습성이 어떤가를 가늠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고 격려하고 각각의 아이의 본성에 따라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나는 이제 40대다. 그 사이 아이들도 무럭무럭 자랐다. 나의 젊은 시절은 가고 새로운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새롭고 흥미로운 미래가 펼쳐져 있다. 방향성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또한 중요하지만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부모는 삶의 지침서가 돼야 한다. 하나의 인격체로서 서로를 대하면서 아이들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 그동안의 ‘실수’와 ‘어긋남’은 잊어야 한다.

어느 책 속의 한 문구처럼 “Forget about it(잊어버려).” 이렇게 아이들에게 말해줄 것이다. 과거에 얽매여 있다면 발전 가능성은 없다. 잘못한 것이든 잘한 것이든 머무르면 안 된다.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더 나은 삶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성취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이다. 현재 나에게 가장 큰 숙제이다. 그 정답을 찾도록 한 발, 한 발 내디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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