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상 충북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농업연구관

이윤상 충북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농업연구관

[동양일보]요즈음 언론에는 겨울철 이상고온과 극심한 한파, 폭설, 돌발해충, 태풍, 최악의 가뭄, 초대형 산불 등 전 지구적으로 어디에선가는 기후변화로 야기되는 문제에 대해 거의 매일 보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는 자연환경과 밀접한 농업에 많은 피해를 가져 올 수밖에 없는데, 다양한 농작물 중에 생육 특성상 시설재배가 어려운 사과, 배, 복숭아 등 과수의 피해가 가장 심할 수 있고, 특히 3월에서 4월 눈이 트고 꽃이 피는 시기의 이상기상은 치명적이다.

충북지역의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2018년 1월에는 영하 20도를 밑도는 매서운 추위가 있었고, 그 해 3월에 평균기온을 웃도는 날씨가 지속되다가 다시 꽃이 필 무렵에 영하의 기온을 보이기도 하고 4월 하순에는 30도에 이르는 무더위도 기록한 바도 있다.

이 때문에 나무가 죽기도 했고 꽃에 피해를 받아 착과가 불량했으며, 6월 들어서는 과일이 자연적으로 떨어지는 낙과현상으로 생산량이 많이 줄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과수농사는 참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올 들어서도 지난 1월 초에는 3일간 도내 평균 강수량이 58mm를 기록할 정도로 때 아닌 겨울비가 내렸으며, 평년의 평균기온을 웃돌고 있다.

이런 상황이면 과수농사를 짓는 농업인들은 또 다시 불안해 질 수밖에 없고, 무엇인가 대비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 당장에 피해 증상이 없으니 속 시원하게 답을 드릴 방법이 없어 과수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답답하고, 농업인들께 송구한 마음이 앞선다.

우리가 사는 온대지역의 과수는 추운 겨울을 안전하게 나기 위해 잠을 자는데, 12월 중순 이후부터 1월 중순사이에 대부분 잠을 깰 준비가 완료되고, 이후에도 지온이 7도 정도 오를 때까지는 외적인 요인에 의해 계속해서 잠을 잔다.

이 시기는 동해에 가장 강한 시기로 영하 15도 이상은 돼야 줄기가 갈라는 등의 동해를 받는다. 반면 3월부터 4월 사이는 땅속 온도가 7도 이상 올라 뿌리가 활동을 시작해 눈이 트고 꽃이 피는 시기로 이상저온에 가장 취약한 때이다. 지금과 같은 이상고온이 계속 누적되면 발아와 개화가 빨라질 것이고, 영하 2도 이하의 이상저온과 조우할 경우 피해를 받을 확률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기상예보를 주의 깊게 청취하여 시설이 갖추어진 과원은 사전에 서리 피해 예방을 위한 방상팬 및 미세살수 장치를 가동하거나 왕겨 등을 태워 연기를 내는 방법 등으로 냉해와 동해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과수를 보다 안전하게 재배하려면, 추운 지역은 내한성이 강한 품종을, 물 빠짐이 안 좋은 곳은 내습성이 강한 대목에 접을 붙여 심는 것도 한 방법이다.

토양은 적절한 양분과 배수관리, 뿌리가 숨 쉴 수 있도록 물리성을 개량해야 하며, 나무 세력에 맞는 가지치기와 열매솎기, 병해충방제도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제때 해줘야 한다. 이렇게 기본 작업을 충실하면 과일과 가지 뿌리에 알맞은 영양이 공급되어 과일 맛은 더욱 좋아지게 나무가 튼튼하게 된다.

반대로 지역의 기후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품종을 선택하거나 수확량에 욕심을 부려 화학비료나 영양제에 지나치게 의존한다거나, 각종 작업을 제때 하지 못하게 되면 이상기상에 대비할 수 없는 허약한 나무가 될 수밖에 없다.

2018년과 같은 이상기상 하에서도 기본에 충실했던 농가와 그렇지 않았던 농가의 피해정도는 아주 많은 차이를 보였는데, 이러한 사례를 간과하지 않고 반면교사로 삼아 현장에서는 더욱 더 기본을 지키고, 농업연구자는 기후변화에 창의적이고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해 볼 일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