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주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이승주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동양일보]2019년을 마무리하는 12월 31일, 밀려드는 민원을 처리하느라 야근을 하고 가장 늦게 퇴근했다. 업무를 끝낸 뒤 피곤하기도 했고 그날따라 유독 추웠던 날씨에 바로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덜덜 떨면서도 근처 떡집에 들러 흰 가래떡 한 봉지를 샀다.

1월 1일 새해가 밝고 아침에 가족들과 둘러앉아 떡국을 함께 먹으며 새해 덕담을 나누면서 행복과 건강을 기원했는데, 아마 새해 아침 대부분 가정의 풍경이 비슷했을 것이다. 흰 가래떡으로 만든 떡국을 먹는 것은 떡의 길이처럼 오래 살라는 뜻과 흰색떡처럼 깨끗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내보자는 뜻, 그리고 동그랗게 자른 떡의 모양은 옛날 엽전을 연상시켜 돈을 많이 벌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옛날 상고시대 때부터 이어 내려오던 풍습이라고 한다.

세계 각국에서는 새해 첫날에 어떤 음식을 먹을까?

중국에서는 ‘자오츠’라는 밀가루 피에 고기와 각종 채소를 넣은 우리나라 만두와 비슷하게 생긴 음식을 먹고, 일본에서는 ‘오세치’라고 부르는 도시락을 먹는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호핑 존’이라고 부르는 콩과 쌀, 양배추, 돼지고기 등을 골고루 섞어 푹 끓여낸 음식을 먹고 독일에서는 아몬드와 설탕, 꿀을 넣어 돼지 모양으로 빚어낸 쿠키인 ‘마지팬 피그’를 먹는다. 이 밖에도 네덜란드의 ‘올리볼렌’, 이탈리아의 ‘잠포네’ 등 각 국가마다 전통적인 새해맞이 음식이 존재한다.

이름도, 조리법도 생소한 각국의 새해맞이 음식들이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사랑하는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소망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문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가장 간절히 바라는 한 가지는 가족의 행복인 것이다.

지난해 11월 임용돼 흥덕구청 민원지적과에서 가족관계등록업무를 맡게 됐다. 생애 첫 직장 생활이라서 많이 서툴고 힘들 때도 있지만, 모든 이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보물 1순위 ‘가족’의 관계를 이어주고, 정정해주는 업무를 맡으면서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

가족관계등록팀에 찾아오는 많은 민원인의 가족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믿어주고 내 편이 돼주는 가족들을 원동력으로 삼아 힘든 순간이 찾아와도 포기하거나 주저앉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고 살진 않았는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올해도 보물 1순위인 ‘가족’을 맺어주는 업무의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와 동시에 딸, 누나로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 한 해가 되길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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